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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379호 - 자신의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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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75회 작성일 22-1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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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
                          김한식 대구공업대학교 교수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 평범해 보이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사실 저마다의 삶의 과업에 대한 온갖 두려운 생각들로 가득할지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 여린 사람의 경우는 그런 생각들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하고, 사소한 두려움이나 스스로 만든 환상 따위를 무서운 괴물로 착각하고, 스스로 여러 가지 마음병까지 얻는 바람에 자신의 중요한 과업까지 그르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반면에, 마음의 심지가 굳은 사람은 이를 악물고 "그래,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 모두 지나 갈거야. 난 잘할 수 있어. 난 반드시 이겨 낼거야" 라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어떤 두려운 일이 닥쳐도 결국그 모든 것을 잘 이겨내기도 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체조선수 후지모토가 일본 대표로 참가한 올림픽 대회에서 그가 속한 팀이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다투고 있을 때의 사례를 살펴보자. 후지모토는 이 순간을 위해 자신이 젊음을 바쳐 피나는 훈련을 해왔다는 사실과, 팀 동료들도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선 경기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쳐 보이며 착지를 하다가 순간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고통을 호소하며 매트위에 쓰러졌다.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상심한 그를 위로하며 경기를 포기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다음날 본선에서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선수 출입구에 모습을 드러냈고, 오른쪽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링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부상당한 몸으로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연기를 하며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후지모토는 자신의 연기가 관중의 박수를 받거나 금메달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겠지만. 그 대신 칼로 찌르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연한 의지로 연기를 시작했고, 마침내 멋진 공중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그리고는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의 연기가 모두 끝났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곧 바닥에 쓰러졌고 팀 동료들이 달려와 후지모토를 부축해 내려왔다. 결국 그의 팀은 금메달을 따게 되었고 후지모토는 눈물을 흘리면서 "칼에 찔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그 고통은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고통스러울수록 그 끝에 얻은 영광은 더 빛나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중국 사마천의 일화도 있다. 사마천은 중국 한나라 무제 시대의 역사가로, 흉노족과의 전투에서 투항한 장군의 처분 논의과정에서 그를 옹호하다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을 당한 사람이다.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은 매우 박학다식한 인물로서 천문과 달력을 기록하는 부서의 장인 태사령으로 재직했는데, 일찍이 아들 사마천의 총명함을 느낀 사마담은 고대 문헌들을 구해 와 사마천에게 읽혔다. 사마담은 생전에 자신이 《사기》를 쓰려고 계획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죽음과 마주한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아들 사마천에게 자신의 과업을 완성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눈을 감았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이 되었는데, 그만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당시 한나라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자들은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첫째는,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으로 죽는 것이고 둘째는, 50만 전의 벌금을 내고 죄를 사면 받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궁형(宮刑), 즉 거세를 하여 살아남는 것이었다. 사마천은 치욕을 피하려 죽을 수도 있었으나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사기를 완수하고자 궁형의 죄를 선택하였고,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 또 노력하여 중국 2천여 년 역사를 담고 있는 중국 최고의 통사《사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필자는 제자들에게 늘 장군의 생각과 행동을 강조해 왔다. 진정한 장군이란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지금보다 10배, 100배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사람이다. 사마천도 부잣집에서 태어나 잘먹고 편한 삶을 살았더라면 즉, 자신에게 치욕적인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위대한 업적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궁형이라는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내 반드시 나에게 궁형을 내렸던 황제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야. 내 반드시 해 낼 것이야"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 또 노력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모두는 위대한 사마천의 이름을 기억하고 또 존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의 연구실 거울 위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면 귀신도 이를 피한다"라는 사마천의 글귀가 걸려있다. 가끔씩 살다가 "힘들다 어렵다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사마천의 글귀를 새기면서 "난 할수 있어. 그리고 반드시 해 낼거야"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 오늘도 내 마음의 스승 사마천을 생각해 본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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