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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388호 LK-99는 진정한 상온 초전도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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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71회 작성일 23-09-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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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초전도체 밈 – 초전도체가 대체 뭐길래
7월 말부터 8월 초 전 세계를 강타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 인터넷에서 대개 부분 모방 형태로 기존의 콘텐츠가 대중을 통해 유통되고 재생산되면서 생기는 문화적 요소를 뜻함)은 ‘LK-99’ 초전도체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주식 시장은 요동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한국이 제 2의 와칸다 왕국이 되어 세계의 패권을 지배할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초전도체가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초전도 자석은 액체 질소로 냉각되어 자석을 공중에 띄우는 강한 자기장을 생성한다. © Patrick Gaillardin/LookAt Sciences/SPLA
어떤 물질이든 전기가 흐르면 저항이 발생한다. 따라서 고성능, 고출력 전자제품을 만들 때에는 이 전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게 된다. 문제는 이 저항이 온도가 낮아질수록 낮아지는데, 온도를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저항이 0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초전도(superconductivity)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특정 온도(전이온도)에서 저항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며(전이온도 이하에서는 저항이 계속 0), 마이스너 효과(반자성: 초전도체 내부로 자기장이 침투하지 못하는 현상)를 보인다. 초전도체는 마이스너효과 때문에 자기력을 이용한 기술에 사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초전도체는 상온과 비교했을 때 극단적으로 낮은 온도나, 상압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은 기압 환경하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상용화가 매우 힘들다.  만약 상온, 상압 초전도체의 상용화가 쉽게 가능해진다면, 이는 미래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전력 수송이나 전기회로에서 저항이 0인 조건을 구현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전자공학에서 획기적인 상황을 마련할 수 있다. 전력 손실이 없다는 점은 전기가 반영구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말과도 같으며, 전기를 쉽게 저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핵융합 발전 및 초고속 상온 양자 컴퓨터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도 초전도체는 필수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LK-99,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그러던 중 2023년 7월 22일, 대한민국에서 기존의 초전도체가 되기 위한 극단적인 제약 조건을 뛰어넘어서 상온 및 상압에서 초전도체가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되었다. 구체적으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납, 구리, 인회석을 사용해 새로운 결정구조인 LK-99 (Pb10−x​Cux​(PO4​)6​O를 만들었으며 LK-99가 약 127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기에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물질을 구현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LK-99라는 명칭은 제1 발명자 이(Lee)석배와 제2 발명자 김(Kim)지훈의 성의 앞 글자에서, ’99’는 이들이 연구를 시작한 ‘1999년’에서 따온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위와 관련된 두 개의 논문이 공개된 후 며칠 후 레딧(Reddit)의 technology 섹션 서브 레딧에서 해당 논문이 큰 화제가 되며 논문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상온 및 상압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신물질 ‘LK-99’ 개발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교 연구교수는 LK-99는 초전도 현상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구조 변화 없이 부도체가 도체로 혹은 도체가 부도체로 바뀌는 ‘금속-절연체 전이(MIT)’ 현상을 ‘절연체 혹은 초전도(Gap)’-금속(Nogap) 전이’라고 표현하는데, LK-99는 구리가 도핑되기 전 단계의 절연체에서 구리가 도핑돼 절연체-금속 전이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서 다시 금속-초전도 전이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위 내용을 아카이브에 공개한 후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 물질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과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 많은 한국인은 이번 연구성과로 드디어 한국 과학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지만, 과학은 감정보다는 사실로 말해야 한다. 논문 결과와 정밀도는 반드시 Repeatability(반복성) 및 Reproducibility(재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영국,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 연구자들은 위 물질 검증을 시작했으며, 국내 초전도 분야 대표 학술단체인 한국 초전도 저온학회도 재현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초전도저온학회는 현재까지 논문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할 때 이 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샘플을 제공하면 검증위원회에서 이를 교차검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힌 상태이다.
전세계에서 LK-99 검증 중
먼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LK-99의 플랫밴드(전자들의 국소화에 의해 준입자들이 매우 무거운 유효 질량을 가질 때의 밴드 구조)를 확인했으며, 이론적으로는 LK-99가 충분히 높은 수준의 임계 온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다만 LK-99이 초전도체가 아니라 흥미로운 구조와 전자적 특성을 보여주는 다른 현상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선양국립재료과학연구소(Shenyang National Laboratory for Materials Science) 천싱추 박사 연구팀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는데, LK-99의 결정구조를 파악하고 플랫밴드를 확인했으며, 이는 초전도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창하이신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 역시 2일(현지 시각)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를 재현에 성공했다고 밝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창하이신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마이스너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음이 공개되었으며 이를 통해서 연구팀은 LK-99 구현에 성공했으며 마이스너 효과를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기적 특성에 대해서는 계속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매우 많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인도 국립물리연구소(CSIR-NPL, National Physical Laboratory)의 아와나 V.P.S. 수석과학자는 LK-99가 초전도 현상이 없는 상자성체라고 주장하며 저항 측정도, 반자성 측정도 등이 초전도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재료과학공학과 류즈치 교수 역시 LK-99가 자석에 반발력이 없으며, 마이스너 효과도 없는 점등을 들어 이는 상자성 반도체라는 주장을 펼쳤다.
LK-99는 진정한 상온 초전도체일까?
이외에도 이에 대해서 검증하고 있는 수많은 국제 연구팀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어떤 실험, 이론 연구가 결정적으로 초전도성을 확증해 주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의 검증을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과 이론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실험이나 이론 검증 역시 초기 단계로 최소 수개월은 걸리리라 예측된다.
다만 이처럼 파격적이고 상업적 가치가 매우 높은 기술에서는 이른바 복잡한 제조법 등으로 연구 부정 행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분야라는 점을 상기시켜 보면, 해당 논문의 연구자들은 연구로만 평가받으려고 하는 점은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 초전도체 이론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니 시행착오적인 논문일 수는 있지만, 비교적 빠르게 재현가능한 제조법이 공개되며 전 세계에서는 해당 연구를 검증하고 평가하고 있는점도 매우 건강한 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영상에서 공개된 모습도 물체가 완전히 뜨지 않고 한쪽 면이 붙어있기에 완전 반자성을 나타내야 하는 마이스너 효과가 완전히 보여진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 Lee et al.
반면, 공정에 필요한 압력이 두 논문에 다르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과 제조 공정을 위한 온도와 시간이 다소 넓은 범위로 공개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운 상황이다. 영상에서 공개된 모습도 물체가 완전히 뜨지 않고 한쪽 면이 붙어있기에 완전 반자성을 나타내야 하는 마이스너 효과가 완전히 보여진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다만 김현탁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는 아직 불완전하여 반만 부양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바로 가기)
LK-99는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물질일까 아니면 허상일까? LK-99가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초전도체가 아니라 흥미로운 구조와 전자적 특성을 보여주는 다른 현상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바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댄 가리스토(Dan Garisto)는 Nature지에 소셜 미디어는 이 물질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과대 광고”에 반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철저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위 현상이 입증되어야 한다. 검증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인류의 새로운 역사도 이제 시작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기획/칼럼 2023.08.07  김민재 리포터 기사를 발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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