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402호-라파 누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24-10-31 10:24본문
라파 누이(이스터섬, Easter Island)의 문명과 초기 주민들, 멸망한 적이 없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김민재 리포터/ 2024.10.22 )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칠레의 라파 누이, 일명 이스터섬은 수많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하다. 석상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스터섬이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스터섬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과거 섬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길 만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로 인해 문명이 붕괴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스터섬의 주민들과
그 문명이 멸망했었다는 기존 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립된 섬, 라파 누이
기존 연구자들은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해당 섬에 최소 수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았을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실제로 무인도였던 이 화산섬에 폴리네시아 계열의 선조들이 1210년경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스터섬은 가장 가까운 육지인 칠레 해안에서도 3,700km나 떨어져 있어 매우 고립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정착민들은 극도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생존해야 했다. 섬의 화산 토양은 농사에 적합하지 않았고 담수 공급도 제한적이었다. 해양 생물 채집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암석정원(rock garden)을 만들어 주식인 고구마를 재배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암석정원은 바람을 차단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작물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이와 유사한 암석정원은 뉴질랜드, 카나리아 제도, 미국 남서부 등지의 토착민들에게서도 발견된 농업 기술이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최근 연구에서 암석정원이 약 2,000명 정도의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암석정원의 넓이를 기반으로 섬의 가용인구를 계산하여 추정치를 도출했는데, 5년에 걸쳐 섬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암석정원을 관찰하고 특성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토양의 수분과 질소 함유도가 높은 곳을 분석하고 실제 암석정원을 찾아낼 수 있는 기계 학습 모델을 만들었는데, 위성이 고해상도로 촬영한 단파 적외선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당 모델을 적용하여 암석정원의 넓이를 계산해 냈다. 그 결과 암석정원은 전체 섬 넓이의 겨우 0.5%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러한 농지에서 수확하는 식량으로는 대략 2천 명 정도의 주민만 부양할 수 있었다고 예측된다.
이스터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이기에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까지 더한다고 쳐도 최고 3,000여 명까지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유럽인들이 처음 라파 누이에 도착했을 때의 섬 인구와 차이가 없다. 이는 기존에 추정된 1만 7,500명에서 2만 5,000명 사이의 인구 규모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라파 누이 주민들의 멸망설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 가설’ 자체가 잘못 추정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은 더 이상 인구 급증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오히려 제한된 자원에서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며 강인하게 생존한 결과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이스터섬의 역사는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탈바꿈 된 것이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로 섬과 그 문명이 멸망했다는 지난 연구결과들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꽤나 억울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섬 주민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명을 씻고 있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암석정원과 같은 혁신적인 농업 기술은 척박한 환경에서의 식량 생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라파 누이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극적인 문명 붕괴’ 대신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립된 지역사회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는 섬의 역사는 현대 사회의 고립된 지역사회나 우주 탐사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김민재 리포터/ 2024.10.22 )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칠레의 라파 누이, 일명 이스터섬은 수많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하다. 석상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스터섬이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스터섬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과거 섬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길 만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로 인해 문명이 붕괴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스터섬의 주민들과
그 문명이 멸망했었다는 기존 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립된 섬, 라파 누이
기존 연구자들은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해당 섬에 최소 수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았을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실제로 무인도였던 이 화산섬에 폴리네시아 계열의 선조들이 1210년경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스터섬은 가장 가까운 육지인 칠레 해안에서도 3,700km나 떨어져 있어 매우 고립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정착민들은 극도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생존해야 했다. 섬의 화산 토양은 농사에 적합하지 않았고 담수 공급도 제한적이었다. 해양 생물 채집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암석정원(rock garden)을 만들어 주식인 고구마를 재배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암석정원은 바람을 차단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작물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이와 유사한 암석정원은 뉴질랜드, 카나리아 제도, 미국 남서부 등지의 토착민들에게서도 발견된 농업 기술이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최근 연구에서 암석정원이 약 2,000명 정도의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암석정원의 넓이를 기반으로 섬의 가용인구를 계산하여 추정치를 도출했는데, 5년에 걸쳐 섬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암석정원을 관찰하고 특성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토양의 수분과 질소 함유도가 높은 곳을 분석하고 실제 암석정원을 찾아낼 수 있는 기계 학습 모델을 만들었는데, 위성이 고해상도로 촬영한 단파 적외선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당 모델을 적용하여 암석정원의 넓이를 계산해 냈다. 그 결과 암석정원은 전체 섬 넓이의 겨우 0.5%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러한 농지에서 수확하는 식량으로는 대략 2천 명 정도의 주민만 부양할 수 있었다고 예측된다.
이스터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이기에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까지 더한다고 쳐도 최고 3,000여 명까지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유럽인들이 처음 라파 누이에 도착했을 때의 섬 인구와 차이가 없다. 이는 기존에 추정된 1만 7,500명에서 2만 5,000명 사이의 인구 규모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라파 누이 주민들의 멸망설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 가설’ 자체가 잘못 추정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은 더 이상 인구 급증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오히려 제한된 자원에서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며 강인하게 생존한 결과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이스터섬의 역사는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탈바꿈 된 것이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로 섬과 그 문명이 멸망했다는 지난 연구결과들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꽤나 억울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섬 주민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명을 씻고 있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암석정원과 같은 혁신적인 농업 기술은 척박한 환경에서의 식량 생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라파 누이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극적인 문명 붕괴’ 대신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립된 지역사회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는 섬의 역사는 현대 사회의 고립된 지역사회나 우주 탐사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