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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396호_빗소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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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53회 작성일 24-04-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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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의 정원 
 

                                      시인  이병관
 
왠지
오늘밤
눈,
대신에
사람이 멀 것 같다

*
 
나무보다 느리게 어두워지는 내가
느리게 사라지는 이슬과 같이,
살아가는 당신과 같이
바라보는 비와 같이
아직 오지 않은 시절과 같이
애써 떠올려보면 아득한 시간
 
비는 사라지지 않고
빗소리는 지워지지 않고
빛은 멈추지 않고
내가 멈추지 않을 때 나무는,
전속력으로 멈춰 서 있고
 
꿈보다 밤이 먼저 오고
숨결에 흐르는 빛 밤을 이룩하는 빛
그림자는 빛을 연기하고
빛은 그림자로 제 형상을 전시하고
어둡길 그만 두고 싶어도
밤은 멈추지 않고
그림자도 멈추지 않는
울게 되는 사람이 우는 사람을 보는,
그 평평한 긴장
 
밤빛들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이국어처럼 비가 내리고
빗소리는 외워지지 않고
빛소리는 들리지 않고
위태로운 꿈결을 흐르는
 
숨죽이는 빛
밤의 난간을 두드리는 빛
 
빗빛
빗빛

빗빛
 
미친 듯이 아름다운
 

 저자 약력
  1966년 대구 출생. 문학 광장 작품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대 시>에서 시집 「버스에 노을을 두고 내렸다」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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