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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393호 -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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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37회 작성일 24-01-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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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그늘은 깊게 파는 사람을 알고 있다
거푸집에 누워 왼손바닥을 찍는 중이었다

그것이 그토록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늘 미안해서
안녕이 없는 사람
그리하려 그는 돈을 받지 않고도
아름답고 처절하게 잘도 팔았다
무엇을? 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그는 매일 밤 요령부득으로 짠 스웨터를 입고
터진 옆구리를 꿰맸다

요령이 방울 소리를 내며
실패꾸러미를 안고 왔다
꽃병을 응시하다 정물의 배경이 되는 조연들은
필사적으로 필사하는 일이 파국으로 치닫도록
코너로 몰고 가는 중이었다

여전히 지하에서 촉수를 기르는 사람
아직도 제 눈을 찌르고 있는 사람

화살이 일제히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시인 하기정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고양이와 걷자
수상: 5.18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포엠 시인상,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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