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382호 - 가마우지 이론과 우물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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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17회 작성일 23-02-27 22:44본문
가마우지 이론과 우물효과
문종상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
가마우지라는 물새가 있다. 목이 길고 부리 끝이 갈고랑이처럼 굽어 있으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춘천 의암호 버드나무 군락지와 팔당호 주변, 울릉도와 제주도에도 서식을 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이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물고기를 잡으면 끈을 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해 목에 걸린 먹이를 가로채는 낚시법도 유행한다.
이 가마우지를 비유한 경제발전 이론이 있는데 일명 「가마우지 이론」이다. 이 용어는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나오키(小室直樹)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즉,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가공무역을 하는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하면 할수록 정작 이득은 일본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한국이 일본의 가마우지란 뜻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격이다. 대일 무역적자의 원인과 부품소재의 대일 역조현상을 명쾌하게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0년대 초반부터 대대적인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2020년에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분야의 대일 수출규제에 맞서 엄청난 투자를 한 결과 무역역조 현상과 핵심부품 의존현상이 많이 개선되긴 하였다.
화제를 돌려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도 이 가마우지 이론은 통용된다. 하청업체로 구성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가마우지이다. 수직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위계적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 과장의 점심 메뉴와 누구하고 밥을 먹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중요한 일상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강소기업이 적고, 중견기업의 비중이 가장 낮은 것도 중소기업 이윤의 결정권이 대기업에게 있기 때문이다. 낮은 이윤으로 신규설비 투자와 근로자의 임금을 책정하다 보니, 우수한 인재는 중소기업에 몰리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 없이 한 단계 도약이란 어디 쉬운 일인가.
일찍이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에서 재화를 우물에 비유했다. 우물은 퍼내어도 다시 차지만, 가만히 두면 썩어버린다. 재화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면 할수록 계속 생산되지만, 사용자가 없으면 사라진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지 않으면 비단 짜는 기술자가 없어지고, 기술자가 없으니 비단 짜는 기계가 필요 없고, 그리하여 백성은 언제나 남루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요체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기술과 자본을 대여하면서 끊임없이 중소기업의 우물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러할 때 중소기업의 기술은 발전하고 더불어 대기업의 제품도 발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자신만의 이익에 매몰되어 기술을 감추고, 자금을 옥죄면 궁극적으로 우물은 마르게 되고 결국 대기업에 부메랑 되어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상생의 원리를 200년 전에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설파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300만 기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인력 1,200만 명의 88%가 근무하는 곳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가마우지로 이용할 게 아니라 우물처럼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종상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
가마우지라는 물새가 있다. 목이 길고 부리 끝이 갈고랑이처럼 굽어 있으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춘천 의암호 버드나무 군락지와 팔당호 주변, 울릉도와 제주도에도 서식을 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이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물고기를 잡으면 끈을 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해 목에 걸린 먹이를 가로채는 낚시법도 유행한다.
이 가마우지를 비유한 경제발전 이론이 있는데 일명 「가마우지 이론」이다. 이 용어는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나오키(小室直樹)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즉,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가공무역을 하는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하면 할수록 정작 이득은 일본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한국이 일본의 가마우지란 뜻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격이다. 대일 무역적자의 원인과 부품소재의 대일 역조현상을 명쾌하게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0년대 초반부터 대대적인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2020년에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분야의 대일 수출규제에 맞서 엄청난 투자를 한 결과 무역역조 현상과 핵심부품 의존현상이 많이 개선되긴 하였다.
화제를 돌려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도 이 가마우지 이론은 통용된다. 하청업체로 구성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가마우지이다. 수직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위계적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 과장의 점심 메뉴와 누구하고 밥을 먹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중요한 일상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강소기업이 적고, 중견기업의 비중이 가장 낮은 것도 중소기업 이윤의 결정권이 대기업에게 있기 때문이다. 낮은 이윤으로 신규설비 투자와 근로자의 임금을 책정하다 보니, 우수한 인재는 중소기업에 몰리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 없이 한 단계 도약이란 어디 쉬운 일인가.
일찍이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에서 재화를 우물에 비유했다. 우물은 퍼내어도 다시 차지만, 가만히 두면 썩어버린다. 재화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면 할수록 계속 생산되지만, 사용자가 없으면 사라진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지 않으면 비단 짜는 기술자가 없어지고, 기술자가 없으니 비단 짜는 기계가 필요 없고, 그리하여 백성은 언제나 남루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요체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에 기술과 자본을 대여하면서 끊임없이 중소기업의 우물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러할 때 중소기업의 기술은 발전하고 더불어 대기업의 제품도 발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자신만의 이익에 매몰되어 기술을 감추고, 자금을 옥죄면 궁극적으로 우물은 마르게 되고 결국 대기업에 부메랑 되어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상생의 원리를 200년 전에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설파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300만 기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인력 1,200만 명의 88%가 근무하는 곳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가마우지로 이용할 게 아니라 우물처럼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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