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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389호 - 기후 변화는 다시 한 번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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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46회 작성일 23-09-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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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프리카에 살았던 현생 인류의 조상은 약 1,280명만 살아남았다
8월 31일과 9월 1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유전자 분석 결과들에 따르면 인류 조상의 대부분은 90만 년 전 매우 극적인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 닉 애스턴(Nick Ashton)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크리스 스트린저(Chris Stringer)가 이끈 연구와 중국 국립 자연 과학 재단(National Natural Science Foundation of China)의 왕지예 후(Wangjie Hu)등이 이끄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아프리카에 살았던 현생 인류의 조상은 약 1,280명만 살아남으며 대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개체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개체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인간 유전자를 통해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기
연구진은 핏코알(FitCoal)이라는 새로운 통계 방법을 사용하여 아프리카 지역 10개 집단과 비아프리카 지역 40개 집단 총 3154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유전 자료를 통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핏코알의 좋은 점은 위 방법 사용을 위해서 약간의 유전자 정보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는 기존의 화석 및 고고학적 기록과 비교하여 테스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약 93만 년에서 81만 3천 년 전 사이 인류 조상 중 번식 가능 인구가 대략 10만명에서 98.7%정도 매우 가파르게 감소한 것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인구 “병목(bottleneck) 현상”은 아프리카 10개 집단 및 비아프리카 지역 40개 집단에서 비슷하게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1,280명의 생존자가 실제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의 조상인지 알아보려 하고 있다. © Hendrik Schmidt/ZB/dpa/picture alliance
연구에 함께 참여한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의 인류학 교수 조르지오 만지는 오늘날 지구의 인구가 80억 명이 넘는 것은 우리의 적응 능력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운이 매우 좋았던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인류는 도구를 쓸 줄 아는 동물이지만, 여전히 생명체이다. 지구가 탄생된 이래로 생명체로서 살아남기에 여러 불리한 사건이 있었으며 질병 및 전염병, 화산폭발 등의 자연재해, 기근,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이후에는 유전적 다양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특히나 개체군의 크기가 작을수록 대립 유전자 빈도 감소에 취약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현생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의 조상은 왜 멸종했을까?
이들의 완전한 멸종의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기후 변화의 한 형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가 약 100만 년 전에 발생한 “극적인” 기후 변화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약 258만 년 전부터 1만 2천 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 속칭 빙하기라고도 부름) 초기 (lower) 및 중기(middle)의 전환점 부근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이 사건은 많은 지구 상의 생명체에게 큰 전환점이 되어버렸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90만 년 전이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을 자연이지만 입을 옷이나 마땅한 음식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건조해지며 식량은 점점 더 부족해지기에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개개인의 생존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조상인 우리 현생 인류의 운명은 말 그대로 살아남은 극소수의 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점은 살아남았던 이들 덕분에 우리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들이 약 11만 7천 년 동안 위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또한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진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결과와 비슷하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112만 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과 그에 따른 기후, 식생, 식량 자원의 변화가 당시의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100만 년 전 유럽에 발생한 ‘끔찍한 사건’, 배후는?“)
고고학적 증거를 추적해보면 인류의 조상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화석으로 발견되었으며 (굵은 글씨로 표시된 유적지 등)를 포함하여 인구 “병목기 (bottleneck)” 현상이 대략 813,000~930,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회색 막대는 유적지 점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연령 추정 범위를 나타내며, 화살표는 점유가 표시된 날짜 범위를 넘어 연장된 것으로 추정됨을 나타냄. 이는 인구 병목 현상의 영향이 지리적, 시간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 Ashton & Stringer 2023/Science
인류 조상의 화석 기록
현생 인류의 조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주로 화석이다. 이를 통해서 현생 인류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 일반적으로 약 70만~50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고대 인류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졌다고 알려졌으며 이들의 공통 조상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라고 부르는 존재였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의 새로운 연구는 위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공통 조상의 남아있는 화석은 매우 적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화석이 적은 이유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초기 인류의 개체 수가 적었다면 화석화되는 개체 수도 적었을 것이고, 따라서 화석 증거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현재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새로운 기후 변화는 다시 한 번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만지는 연구팀의 발견을 통해서 기후 변화가 우리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새로운 기후 변화는 다시 한 번 우리를 멸종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의 극지방에서 얼음이 퍼지는 심각한 빙하 현상, 극심한 가뭄, 우리 조상들이 먹었을지도 모르는 다른 종의 멸종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극지방의 얼음이 퍼지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녹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해 보인다.

사이언스타임즈 기획.칼럼/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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