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

[산학칼럼] 201812월호(통권 332호)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 본원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집권 초기에는 80%를 오르내리는 압도적 지지를 받더니 최근에는 50%를 밑돌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2018년 11월 말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8.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의 대답은 37.8%). 이 기관의 조사에서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부정적 평가는 45.8%로 올라가 긍정적 평가와 불과 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2월 하순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는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45%, ‘잘못하고 있다’는 46%로 상태가 더 나빠졌다. 즉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집권 후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경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나빠진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경제와 민생 문제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는 찾기 힘들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지며,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으니 젊은이와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늘고 있고,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 주력산업의 불황으로 중소 부품업계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경기침체로 국가산업단지에는 공장 매물이 쌓이고 있으나, 찾는 이가 없고, 공장 가동률은 계속 하락 추세라고 한다,

민주노총(전국 민주노동조합 총연맹)을 비롯한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만 기고만장한 자세로 치외법권(治外法權)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요즘 나라 사정을 보면 경제와 기업 위에 정부가 있고, 정부 위에 정치가 있고, 정치 위에 민노총과 시민단체가 있다고 한다. 강성 귀족 노조가 청와대는 물론 국민보다 높은 위치에서 나라 살림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감이 든다.

회사 임원이 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민노총에 사람 맞아 죽는다’는 신고에도 출동한 경찰들은 방관만 하는 한심한 작태도 벌어지고 있다. 경제의 3대 주체 중 정부부문을 제외한 가계ㆍ기업의 양대 주체가 이렇게 힘이 없고 풀이 죽어 있으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고작 6만4천 명이 늘었다(0.2% 증가).  이에 비해 실업자는 7만9천명이 늘었고(8.9% 증가), 실업률은 3.5%로 2005년 이후 가장 높다(청년층 실업률은 8.4%).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61.2%로 9개월 연속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라고 한다.
소득분배상태는 더 나빠졌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취약계층의 소득이 유독 감소한 탓이다. 2018년 3분기의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에 대비하여 4.6%가 증가했으나, 최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1년 전 보다 7.0%, 하위 20~40% 계층은 0.5%씩 각각 줄어들었다. 이보다 상위 계층의 소득은 더 늘어났다. 이에 따라 5분위 소득배율 기준 소득분배는 11년 만에 가장 나쁜 상태를 보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와는 반대로 취약계층일수록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고용참사와 분배악화

일자리 창출을 제일 큰 경제정책 목표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왜 이런 고용참사와 분배 악화가 빚어지는 것일까? 첫째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전략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이론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내수가 확대되고, 생산과 투자 및 고용의 증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잘 된다는 선순환 과정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높여주니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원부터 줄이고, 사람을 적게 쓰는 방안을 찾기에 골몰하다가, 끝내는 폐업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이 줄어드니 반대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당 52시간 근무제의 채택, 과도한 복지시책의 전개 등은 모두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중장기 과제를 과잉의욕으로 성급하게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 낸다.’는 아주 평범한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무원 수와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체다. 창업을 하거나 투자활동이 왕성해야 일자리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재벌과 기업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여기고 법인세의 인상을 비롯한 증세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거대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있고, 정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투자는 시늉만 내고, 생산과 판매거점을 해외로 옮길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성 노조가 기업의 목을 옥죄고, 각종 규제가 더 강화되었으니 기업의욕이 꺾이고 투자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과 돈, 기업이 계속 해외로 빠져 나가는 ‘3대 공동화(空洞化)상황’에서는 고용증대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셋째는 탈원전(脫原電)과 같은 초(超)장기 과제를 국민의 동의나 깊은 연구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탈핵(脫核)시대로 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의 백지화, 기존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 포기,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폐쇄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당장 국내의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우수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연구기반까지 붕괴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불투명해지자 대학의 원자력공학과는 신규 지원자가 거의 없게 되었고, 원전 부품업체들에선 자발적 이직(離職)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자 한국수력원자력(주)과 한국 남동·남부·중부·동서·서부 발전 등 6개 발전(發電) 공기업은 대규모 적자위기로, 두산중공업과 부품업체 등 민간 기업들은 고사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신 한울 원전 3ㆍ4호기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등을 제작하던 두산중공업은 4,930억 원의 손실을 보았고, 원자력부문 임원의 1/3을 이미 줄였으며, 직원 400여명을 다른 계열사로 전출시켰다. 500여 협력업체에서는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실업자가 늘고, 세계 원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영국의 원전산업에서는 그 지위를 상실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서는 미국에 밀리고 있다. 원전 시공과 운영권을 따냈던 아랍 에미리트(UAE)에서는 장기 정비계약 수주조차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주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 모른다. 원전 수출국 가운데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40여 년간 피땀 흘려 쌓아올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 원전산업의 존립기반이 이렇게 허망하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 후반기를 맞아서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과 지지도의 추락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관점에 따라 그 처방이 다르겠으나, 필자는 경제학을 공부해온 평범한 학도로서 몇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일깨우고 기업인들의 ‘기업할 마음’을 생기게 해주어야 한다. 자칫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지 모른다는 일반 국민들의 기우(杞憂)와 무력감을 불식시키는 일이 대단히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활기찬 기업가 정신과 창조정신이 샘솟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해외에 나가있는 공장들도 국내로 U턴시키고, 국내 투자를 더 선호하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분야와 소프트웨어(SW)ㆍR&Dㆍ디자인 등 다양한 무형(無形)자산,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왕성한 신규투자가 일어나게끔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의 성패도 바로 여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 집권층의 기업관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선결요건이라 하겠다. 경제위기를 앞세워 “기업 기(氣) 살리기를 요구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보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현실인식이 바뀌지 않고, 대기업을 척결해야할 적폐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이 참으로 암울하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검찰 4건, 경찰 2건, 국세청 2건, 금융위 1건 등 모두 10건의 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ㆍSK그룹ㆍ현대차그룹·한진그룹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가는 대기업집단들이 이렇게 수사와 조사를 받는데 만 정신을 빼앗기고 있으니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 과거 지향적이고 소모적인 적폐청산 작업은 일단락을 짓고, 미래지향적인 설계와 희망의 정치를 펴나가길 바란다. 제도적 차원의 적폐청산이 아니라 특정 집단과 특정 기업에 초점을 맞추어온 청산작업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 반대세력에게도 정치적 관용을 베풀면서 정부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열린 집권세력이 되길 바란다. 이와 동시에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가 “한국, 유례없는 갈라파고스(외딴섬) 규제국가”라고 한 것은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개혁방안에 대하여 이 정권의 핵심 집권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16년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민주노총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공동행동은 지난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 민중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를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10대 재벌 비정규직 채용 금지와 사내유보금 환수, 탈 원전,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민중헌법 개헌 등 10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현 정부로서도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 보인다.

 

집권 지지 세력을 설득해야

정부는 지난 1년 6개월여의 국정운영을 냉정하게 결산하고 새로운 국정방향을 모색함에 있어서 일대 영단을 내려야 한다. 정책효과가 미약한 소득주도성장을 정리하고 혁신성장 쪽에 방점을 확실히 찍어야 하겠다. 지금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포용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전략의 중심을 혁신성장 쪽으로 분명하게 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규제의 과감한 철폐, 노동과 공공부문의 개혁, 탈 원전 정책의 폐기 등은 자못 어렵고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동시에 핵심 지지 세력들에게도 할 말은 하고, 고통분담에 앞장서도록 강력히 설득하는 용기와 추진력이 요구된다. 이른바 문정권의 ‘악덕 채권자’로 불리는 좌파 지지집단을 제대로 설득하고 견제하지 않고서는 이 나라가 중진국 함정을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여ㆍ야ㆍ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조차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해를 넘기는 과제가 되고 있다.

노동계가 벌이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들은 점점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초법적 행동들은 일부 대기업의 갑(甲)질보다 훨씬 더 악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의 공평한 집행과 준법질서 확립에 더 한층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법질서는 바로 세우기는 매우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아주 쉽다.

국민과 청와대 위에 군림하는 일부 노조세력을 두고서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증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정치의 토대를 뒤흔드는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좌파 정부들은 그들의 핵심기반이었던 노조를 설득해 하르츠개혁(Hartz Reforms, 2003)과 바세나르협약(Wassenaar Agreement, 1982)을 이끌어내 경제회생에 성공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군데군데 레임덕현상의 싹이 돋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간의 통치행태를 겸허히 되돌아보고, 권위주의와 독선ㆍ독단의 요소가 어디서 돌출되었던가를 살펴보기 바란다.  정책을 신념으로 밀고 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 ‘신념통치’의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반대 측의 의견도 경청하고 수용하면서, 국민의 뜻과 바람에 부응하는 정치ㆍ포용의 정치를 해야 국민적 지지기반이 더 견고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빚어진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와 잇단 일탈행위, 국정의 중심이 내각이 아니라 비서실이라는 비아냥거림,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이름하의 언로통제 등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새로운 적폐는 얼마나 생겨나고 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民生)의 중요성과 민주사회ㆍ 민주정치의 의미를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5년 임기 정부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모든 것을 다 바꾸려는 자세보다 혁신복지국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필요한 튼튼한 디딤돌을 하나 놓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정부가 만능일 수 없다는 기본인식 아래 시장(市場)을 존중하고, 정부가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효율적이고 사랑받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캠코더 인사’(문 대통령의 인재 풀이 캠프, 코드, 더불어 민주당에 한정되어 있다는 뜻), ‘권력의 사유화(私有化)’, ‘권위주의 통치경향과 신념통치’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하지 않도록 집권세력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당부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진골 갑(甲)은 언제나 정부였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부가 항상 첫째가는 개혁대상임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펴 나가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 이 글은 (사)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가 발간한 『횃불』지 2018년    겨울 호에 실린 것을 다듬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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