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역사·문화 논쟁과 쟁점

[산학칼럼] 201811월호(통권 331호)
박병구
경북대학교 CORE사업단 교수

인류의 생활은 인종·종교·언어·민족 등 상징체계의 집합으로 이루어졌으며, 인간의 사회화 과정은 상징체계의 학습을 통해서 성장한다. 지구상에서 벌어진 숱한 전쟁도 상징체계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파생되는 차이와 오해에서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반도는 중국의 한자·유학·과거제도·실학 등을 받아들였고,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유가 문화권의 일원으로서 중국과 대동(大同)한 점도 많다. 그러나 근대까지 한반도는 일면 중국과 조공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한민족의 자아정체성을 지켜내려는 대륙과 분리의 역사이기도 하였다. 현대 한국은 세계 모든 지역으로부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유주의·민주주의·시장경제·기독교문명·시민혁명 등을 도입하였으며 문화와 문명을 교류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1990년대 중기부터 한국의 대중문화 한류(韓流)가 중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문화콘텐츠가 중요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역사·문화에 대한 기원 논쟁이 가열되기 시작하였다. 한·중 간 역사·문화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중 양국 간 역사·문화 논쟁이 악화된 배경은 첫째, 중국은 신중국 성립 후, 특히 문화대혁명 계급투쟁 과정에서 유가(儒家)의 가치인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의·예의·질서·지혜·도덕을 함께 잃어버리는 과오를 범했다. 반면 중국 전통문화가 해외로 전파된 후,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은 오히려 중국 본토보다 중국 문화를 더 잘 전승하고 자국 문화로 승화시켰다. 한국도 많은 중국 문화를 ‘한국화’시켰다. 중국 문화의 ‘한국화'’는 중국인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문화유산의 근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은 가치판단에 대한 실증이 부족하다. 그 결과 공자·굴원(屈原)이 한국인이며, 초(楚)나라 굴원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단오절을 한국이 도둑질(?)해 갔다는 유언비어가 인터넷상에 퍼지게 되었다.

둘째, 중국은 고구려사 연구는 학자들의 개인적인 연구 관점이며 학술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중국학자들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 학자들이고, 학술 연구도 정부의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만약 연구 결과물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출판이 허락되지 않으므로, 중국 정부의 입김이 당연히 개입하게 된다. 중국 교육부가 발주하는 연구 프로젝트 과제를 수주한 중국학자들은 연구 성과를 정부에 내부 보고를 올린 후에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다. 따라서 중국학자들이 개인적 학문적 욕망과 취미로 대규모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는 없다. 실례로, 고구려 역사를 연구한 동북공정은 중국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된 사업이며, 학자의 개인적인 학술 활동이라 주장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불성설이다.

셋째, 현재 중국은 약세문화(弱勢文化) 국가이다. 중국이 비록 5천년 역사·문화를 자랑한다고 하나, 중국 문화의 많은 부분이 서구의 강세문화(强勢文化)에 의해 대체되어 가고 있다. 중국을 점령한 맥도날드, KFC 등 패스트푸드점의 번창과 더불어 중국인의 사고방식도 점차 서구화되어 가고 있다. 중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문화유산을 유실하였으며, 북경의 사합원(四合院), 북경과 상해의 골목길(胡同)등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한국이 유네스코에 강릉단오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려 하자, 그때서야 중국 인민이 들고 일어나, 자신들의 문화를 도둑질해 간다고 항의하는 것은 중국 인민 스스로가 민족문화 보존 의식이 결핍되어, 외부 충격에 의해 비로소 각성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 것이다.

전통 문화와 사상을 중국인 스스로 부정하고 전면적인 서구화를 감행한 과오와 실책, 중국 문화의 ‘한국화’에 대한 이해 부족, 중국 인민의 감정적 대응 방식이 한·중 간의 역사·문화 기원 논쟁을 악화시켰다. 한국과 중국 간의 역사·문화 논쟁은 양국 국민 간 감정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한·중 간의 역사·문화 논쟁이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으나, 문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갈수록 한·중 간의 민간 교류가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양국 국민들은 상대국의 자존심과 명예를 존중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의 모방송사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 일부를 방송 한 후, 중국 인민들에게는 “왜 또 한국이 중국을?”이런 정서가 팽배하였다. 베이징 올림픽 한국선수단 입장식 때, 관중석에서 솟아져 나온 야유와 한국선수단의 발을 비추는 중앙방송국(CCTV) 카메라 앵글은 “중국식 보복”이다.

인류사회는 항상 모순을 겪으면서 진보하였다. 한·중 우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문화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교류 속에서 오해를 해소하며 상호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혹자는 구동축이(求同縮異)를 주장하고, 또 다른 학자는 가치관의 공유를 역설하며 공동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교집합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중 관계는 협력과 경쟁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대동대이(大同大異)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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