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비대화를 경계 한다

[산학칼럼] 201810월호(통권 330호)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

공공부문은 공익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라기보다 흔히 비능률과  ‘신(神)의 직장’ 내지 철 밥통을 상징해 왔으며, 특히 공기업은 방만 경영과 부패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이 공공부문 개혁을 소리 높이 외쳤지만, 어느 정권도 시원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은 아예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정책구호도 내걸지 않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과거 정부가 힘들여 추진한 성과급제를 호봉제로 되돌려 놓았으며, 임금피크제도 흐지부지 만들었다.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제도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제도인데,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창출을 제1의 정책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을 일자리를 만드는 선도 기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5년 동안에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창출하며, 공무원 수는 17만 명 늘인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정부는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문제를 공공부문 정원의 획기적 확대,  최저임금의 신속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근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대대적인 공공부문 확대정책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그 질은 오히려 나빠진 것 같다.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로 늘어나 지난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전체 실업률이 4% 안팎으로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2.7%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노는 ‘쉬었음’ 인구가 184만 명, ‘구직 단념자’도 51만 명을 넘고 있다. 이들은 실업자나 실업률 집계에서 처음부터 빠지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고용사정이 악화되자 공무원 수의 증원이외에, 서울교통공사나 한국철도공사와 같은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단기 일자리를 크게 늘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338개 공공기관들이 앞 다투어 ‘체험형 청년인턴’채용을 통해 단기 일자리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체험형 인턴’이란 ‘채용형 인턴’과 달리 정규직 전환의무가 없는, 고용기간이 1년에 못 미치는 임시직이나 인턴이 대부분이다.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고용증대에 일부 보완은 될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공공부문의 이상(異常)비대화만 조장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민간부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수요가 없는데도 추가인원만 대량으로 투입한다면,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더 떨어지고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만 더 줄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공무원을 한번 뽑으면 적어도 60년 이상 임금과 연금을 줘야 하며, 공무원을 한 명 늘릴 때마다 민간의 일자리가 1.5개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OECD 추산). 더구나 늘어난 공무원 수 이상으로 규제건수가 많아져, 민간의 활력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이나 공기업만 선호하게 되면 국가의 장래가 매우 걱정스럽게 된다. 우수한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물이 되려는 꿈과 도전정신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아득한 먼 얘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이 만들어내는 만큼, 기업의 투자가 많아지고 기업인의 창의와 도전정신이 샘솟도록 그 여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1만원 최저임금의 조기 실현과 52시간 근무제 등은 방향은 옳다. 다만 의욕이 앞서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악화된 고용사정, 국내투자 부진과 해외투자의 증대, 소비부진과 경기하강 등은 정책의 과잉의욕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목적이 옳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동시에, 추진 시간표를 재정비하고, 규제 혁파와 기업의욕을 높이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한다.’는 정부 만능 주의적 사고를 벗어나, 기업과 시장을 존중하면서 금융ㆍ세제 면에서 국내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인기는 없지만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골칫덩어리인 노동부문과 공공부문 개혁에 일대 영단을 내려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 이 글은 중소기업 중앙회가 주간으로 발행하는 『중소기업뉴스』의 2018년 10월 24일자 19면 <경제 발언대>에 실린 것을 약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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