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醫同源(식의동원)의 門> 앞에서 - 제17회 영호남 산학협동 교류세미나 참가 기행문

[대덕단상] 201911월호(통권 343호)
이응수
작가

이번 광주방문이 나한테는 네 번째다. 교류행사가 격년으로 열리고 있으니 그간 8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틈에 산학협동 회원이 된지도 그럭저럭 9년여, 그 사이 산천이 변한다는 세월이 끼어들었다.

무슨 행사든 참석할 때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뭐며, 어떤 걸 하나 얻을 수 있을까에 있는데 이번에 내가 얻은 건 <食醫同源>이다.
지난번 2017년 방문 때에는 마침 <광주비엔나레>가 열리고 있었다. <오래된 미래>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행사장에서 내가 얻은 것은 <디즈니랜드가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반 이상이 미키마우스가 벌어들인다.>는 대목이었다.

아르바이트로 행사에 참여한 듯 한 학생풍의 안내원이 들려준 설명가운데 한 구절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홍보업무에 종사했던 것 때문인지 제대로 된 상표 하나의 이미지가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나한테 필이 꽂힌 것은 나주 농업박람회장 입구에 현판글씨로 걸려있는 <食醫同源의 門>의 <食醫同源>의 네 글자였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번 박람회의 목적이 어디에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고, 전시된 내용을 아직 보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뻥 뚫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한테는 아버지가 한의사였기 때문에 그 무게는 더 무거웠고 향기는 진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의료행위는 그 근원이 같다.>는 말은 곧 <음식이 약>이라는 말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모든 약재는, 지역에 따라 다소 구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거의 모두가 주변 산야에서 나고 있는 초근목피(草根木皮)들이다. 다시 말해 도라지, 파뿌리, 쑥, 보리(엿기름), 대추, 생강, 콩나물 같은 것은 소채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한약재로 쓰는 약초 역할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한의사 면허증>을 <요리사 자격증>이란 말로 비하해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런 데 까닭이 있다고 본다. 우황청심환에 콩나물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든 깜짝 놀랄 일 아닌가.

요즘 우리 주변에는 <환경호르몬>이라고 해서 내분비 교란물질로 둔갑한 농산물들이 우리를 유혹하는 일이 많은데, <食醫同源> 네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일깨워주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세상이 온통 경제중심의 산업사회로 치닫다가보니 어느 틈에 우리한테서도 <農은 天下之大本>이란 본향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을 주지만, 농업을 외면하고서는 살 수가 없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피할 수 없는 이치다. 의식주(衣食住)는 삶의 기본이고 음식은 그 한 가운데 있음이다.

많이 돌아다닌다고, 많이 본다고, 그리고 탐욕을 부린다고 해서 다 내 것이 되는 건 천만에 아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 마음이 움직일 때, 그것이 내 것이다.

<食醫同源>은 이번 교류행사에서 얻은 것들 가운데 가장 큰 보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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