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대별 대중가요를 통한 학제간 융합인가?

[산학칼럼] 202101월호(통권 357호)
김상규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오늘날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융합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시대별 대중가요를 통한 사회경제 탐색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생각하여 많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게 하고, 유연한 사고를 하게 하며, 여러 학문을 폭넓게 이해하게 함으로써 학제간 융합(interdisciplinary convergence)에 적극 기여하게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소외된 나라, 그 지방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새로운 지식, 특히 경제학과의 융합화를 모색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를 제공한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먼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작사: 이서구 작곡: 김준영 노래: 남일연, 1935년>이다.

1.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 마음은 푸른 하늘 흰 구름 갔소/ 짓궂은 비바람에 고달파 운다/ 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2. 열여덟 꽃봉오리 피기도 전에/ 낙화란 웬 말이오 야속 하구려/ 먹구름 가시 면은 달도 밝겠지/ 내 어린 이 순정을 바칠 길 없소.

위의 노래는 1935년에 발표된 암울하던 일제 치하를 살아낸 남매의 기구한 삶을 대변한 곡으로, 이 노래에서 살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함의는 무엇일까?

가난이다.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에서 보듯이 식민지 조선인들이 일제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처절한 가난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기구한 삶을 잘 묘사한다. 일제치하의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은 인간의 기본생존 욕구조차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 이하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므로, 절대적 빈곤의 상태를 잘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는 처지가 너무 기구하다 보니 돈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사랑마저 버림당한 너무나도 처절한 기구한 운명에 처해졌음을 이 노래는 잘 나타내고 있다.

전쟁의 경제적 관련성이다. ‘짓궂은 비바람에 고달파 운다’에서 보듯이 외부적인 세력에 의해 자신의 삶이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잘 나타낸다. 당시 조선인들은 일제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긴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중일전쟁까지 발발함으로써 생활은 나날이 더욱 어려워졌고, 마음의 상처도 더욱 깊어졌다. 중일전쟁은 8년간 지속되었고, 진주만 폭격으로 연합국의 총공세를 받은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태평양전쟁의 종결과 함께 끝을 맺었다. 그 와중에 식민지 조선은 식량공급지, 군수물자공급지로 변모하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인적 물적 피해는 너무나 컸다.

한(恨)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낙화란 웬 말이오 야속 하구려’에서 보듯이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여 원망과 한이 응어리진 마음을 잘 은유한다. 사람들은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할 경우 욕구나 의지의 좌절과 함께 그에 따르는 삶 자체의 파국에까지 이르게 된다. 원망과 한이 응어리짐으로써 편집적이고 강박적인 마음의 자세와 상처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얽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판단도 흐려지고 신체 기능도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위 노래는 돈 때문에 처절하게 당하고만 살아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져야만 했으며, 식민지조선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초와 경제적 처지를 매우 이해하기 쉽고, 당시 역사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나그네설움, 작사: 고려성 작곡: 이재호 노래: 백년설, 1940년>이다.

1.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2. 타관땅 밟아서 돈지 십년너머 반평생/ 사나이 가슴속엔 한이 서린다/ 황혼이 찾아들면 고향도 그리워져/ 눈물로 꿈을 불러 찾아도 보네. 이 노래에서 살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함의는 무엇일까?

국가의 중요성이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네’에서 보듯이 나라는 중심을 잃었고, 백성도 나라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암울해진 삶의 지향점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잃어버린 조국, 이국땅이 되어버린 조국, 이미 남의 나라 일본 땅이 되어버렸으니 이제는 이국 땅, 조국이 없으니 어딜가나 이국땅이다. 끝날 수 없는 그리움이라 더 아픈 망향! 고향 떠나 타국 땅을 헤매는 나그네는 그래서 더서러운 것이다. 백성들에게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매우 사실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민에 대해서도 살필 수 있다. ‘타관땅 밟아서 돈지 십년너머 반평생/ 사나이 가슴속엔 한이 서린다’에서보듯이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농사지을 땅까지 빼앗긴 상태에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간다는 것은 너무나 막막했기에 우리 민족들은 어쩔 수 없이 고향과 나라를 떠나 먼 이국땅에서 삶을 꾸려가지 않으면 안됐음을 잘 표현한다. 1920년대 이전부터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경제적으로 수탈을 자행해왔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생업을 해결하기 위해 저 멀리 이국땅으로까지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다음의 사료는 이를 잘 입증한다.

“1930년도에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700,000명, 중국 동북지방에 900,000명, 그리고 러시아령에 300,000명이 이주해있었다”

 

마지막으로, <광복의 노래, 작사: 임화 작곡: 김순남 노래: 김순남, 1945년>이다.

1. 조선의 백성들아 듣고 보아라/ 우렁차게 들려오는 해방의 날을/ 시위자가 울리는 말발굽소리와/ 미래를 고하는 아우성소리.// 2 노동자와 농민은 힘을 다하여/ 놈들에게 빼앗겼던 토지와 공장/ 정의의 손으로 탈환하여라/ 제 놈들의 힘이야 그 무엇이랴.

위 노래에서 살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함의는 무엇일까?

광복의 기쁨이다. ‘우렁차게 들려오는 해방의 날을/시위자가 울리는 말발굽소리와/ 미래를 고하는 아우성소리’에서 보듯이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우리나라는 드디어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젠 일제의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그 목소리 또한 크지 않을 수 없었음을 잘 나타낸다.

재산의 탈환이다. ‘노동자와 농민은 힘을 다하여/ 놈들에게 빼앗겼던 토지와 공장/ 정의의 손으로 탈환하여라’에서 보듯이 토지조사사업, 산미증식계획 등에 의해 빼앗겼던 우리의 재산, 즉 토지, 공장, 건물 등을 되찾게 되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 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제에게 빼앗긴 ‘공장’이라는 자본을 되찾게 된 것이다.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에 대해서도 살필 수 있다. ‘정의의 손으로 탈환하여라’에서 보듯이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사회는 분배적 정의는 존재하지도,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들의 패망은 우리의 해방이었기에, 그들이 소유했던 공장?건물?기계?주택?농지 등은 1차적으로는 미군정의 관리체제 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이후엔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으로 서서히 한국인소유로 돌아오게 되었다. 여기에서의 분배는 정의에 입각한 분배여야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분배적 정의에 대해서는 공리주의(功利主義)적 관점, 자유주의적 관점, 공적주의(功績主義)적 관점, 온건한 평등주의적 관점이 논의될 수 있으나, 당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롤즈(J. Rawls)가 적극 지지한 온건한 평등주의적 관점이 훨씬 설득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는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이라는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의 관점을 제시한다. 사회제도가 이 원칙들을 실현하고 있을 때에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 간의 관계가 자유롭고 평등할 것이며 여기에서 서로는 기꺼이 협동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公正이라는 말에는 절차적 정의(procedure justice)의 개념이 강조되어 있는데, 이를 통하여 결과의 공정이 보장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초적 상황의 당사자들은 합리적이고 상호무관심한 것으로 논의된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세방화(glocalization)는 세계적 추세이고, 무한경쟁?무국경의 지구촌 시대에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시대별 대중가요를 통한 사회경제의 탐색은 나만의 특색, 남과 다른 차별성을 바탕으로 전통과 지역 속에서 경쟁력을 찾는 세방화 전략(glocalization strategy)으로 창의성 증대와 경쟁력 강화에 적극 기여할 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대구지역에서 출범한 <산학연구원>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우뚝하다고 할 수 있으며, 향후 <산학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의 창의성의 시대에 맞게 학제간 및 산학간 융합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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