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URI)의 꿈 너머 꿈을 그리며

[산학칼럼] 202010월호(통권 354호)
최만기
산학연구원 명예원장(계명대학교 명예교수)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합니다. 그런 10년이 세 번씩이나 후딱 흘렀습니다, 우리가 우리 (URI: 산학연구원)를 만든 지가... 먼저 창립 30주년 기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생각하면 그 때가 어제처럼 떠오릅니다. 제가 미국서 수학 후 계명대학교에서 둥지를 튼 지 두해가 막 지난 1989년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 평소 믿고 지내던 선배 이병찬 교수님과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고우 박명호 교수와 바람직한 경영학 교수 상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것은 경영학 교수 노릇 제대로 하려면 현장 경영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대체로 현장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한편, 현장 경영자들은 최신 경영이론 습득이나 지속적인 경영혁신 등에 목말라 하고 있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말하자면, 대학에서 제대로 경영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경영 관련 봉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고 연구하고 고민하며 함께 비전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산학협동이 절대 필요하다는데 우리의 마음이 모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 이루어지려면 범위를 범지역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지역의 다른 대학의 교수님들과 여러 경영자들의 의견이 어떠한지 각자가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최용호 교수님께 고견을 여쭤보았습니다. 최 교수님은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대구은행 기획조사부에 잠시 근무할 때 ‘대구지역 경제분석’지 발간과 지역경제 연구의 책임을 맡으시며 실사구시를 추구하셨던 존경하는 학자이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최 교수님은 크게 동감하시며 같은 뜻을 지닌 주위의 학자들과 경영자들을 규합하셨습니다. 한편, 이 교수님과 박 교수님도 우리의 뜻에 동감하는 학자들과 경영자들을 탐색하였습니다.

다음은 어떤 기관을 만들어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들은 사비를 들여 서울에 있는 주요 연구기관들을 방문하였습니다. 먼저, 서울대 곽수일 교수가 운영하기 시작한 국제경영연구원을 방문하여 말씀도 듣고 노하우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는 기업 컨설팅을 주로 하는 연구원이라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능률협회 같은 기관들을 방문하였는데, 이들도 산과 학이 협동하는 체제로 보기엔 미흡하였습니다. 그밖에 몇몇 컨설팅회사도 들렀지만, 역시 우리가 그리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뜻과 사정에 맞는 특유의 기관을 설립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산업계와 학계는 물론 관계와 연구기관 (산학관연)을 포괄하는 순수 민간 협동기관이었습니다. 이의 현실적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하여 앞서 규합하였던 학자들과 경영자들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나누었는데, 다행히 모두들 대찬성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90년 2월에 준비위원회를, 3월에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4월에는 발기인 모임을 갖고 명칭, 정관과 설립취지문 작성, 사업계획서와 예산안 준비, 회원 영입문제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5월 9일에는 발기총회를 갖고 19명의 창립준비위원 명단을 확정하고 제1차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드디어 6월 5일 프린스호텔에서 11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 순수민간 산학협동 기관인 ‘산학연구원 (URI)’이 창립되었습니다. 이렇게 설립된 연구원의 30년 역사를 최용호 명예이사장 겸 상임고문께서 본 기념집의 회고사를 통해 너무나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자세한 내용은 이를 참고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간 저는 연구원 창립과 발전을 위해 벽돌 하나 쌓는 마음을 간직한 채 회원으로, 사무국장으로, 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리고 명예원장 등으로 연구원과 긴 세월을 동고동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간직한 소회들도 참 많습니다만, 여기서는 그 중 특히 가슴에 아련히 다가오는 소회 두 가지만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는, 산학연구원을 빼고 저의 교직생활을 감히 생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87년 귀국하여 201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한 해도 쉼 없이 이런 저런 자리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연구원에 참여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에서 녹을 먹고 살았으니 후진양성과 연구 및 학교발전에 기여하고자 고삐를 늦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전공분야 학회발전에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애썼습니다.

그러나 하루라도 제 머릿속에서 연구원이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원장을 맡았던 2006년부터 6년간의 기간 중 어떤 해에는 학교에서는 경영대학장을, 한국인사조직학회에서는 회장을 역임하면서도 그리 하였습니다. 그만큼 산학협동이야말로 개인적인 학문발전과 업계발전의 바탕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곧 우리 연구원 식구들의 소박하면서 원대한 꿈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 꿈은 그간 연구원을 거쳐 갔거나 현재 활동 중인 많은 관계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그 모든 식구들의 장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숱한 시간과 나눈 갖가지 애환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면서 저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쁘고도 고맙기 그지없는 시간 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에서 제대로 산학협동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실 연구원을 시작하였을 당시는 산학협동이라는 용어조차도 상당히 생소하였습니다. 경영 경제 분야는 이공계와는 달리 특히 그러하였습니다. 하여, 처음엔 대학의 교수들과 업계의 경영자들이 산학협동 관련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대구지역이라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뜻을 지닌 훌륭한 학자들과 경영자들의 선구자적 비전, 강한 열정 및 부단한 노력으로 초창기 어려움이나 중간 중간의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연구원에서 취한 전략적 지향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순수 산학협동에 나아가 우리산악회, 세미나나 등산 후 2차 모임, 국내외 산업시찰, 산학경영 컨서트, 지구인 독서토론회 등을 통한 회원 상호간의 소통 및 유대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보완적 활동과 프로그램의 병행이 그것입니다. 광주지역 학자들 및 경영자들과의 중단 없는 교류도 산학협동 차원에서 보면 지역을 초월하는 귀하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학 간의 담을 완전히 허물고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인 산학협동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과 고민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순수 민간 자생 연구 기관인 URI로서는 안정적인 재정확보 차원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성숙한 의미에서의 산학협동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해결해야할 여러 난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연구원 임원진들은 물론 모든 회원과 후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잘 극복하고 계속 발전시켜 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URI)의 꿈 너머 꿈이 현실이 되리라 믿어마지 않습니다.

그 날을 그리며,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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