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의 성공도시, 大邱

[산학칼럼] 202005월호(통권 349호)
최용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2020년 2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의 첫 확진자(確診者)가 대구에 나타났다. 이날부터 3개월 남짓한 동안 대구는 지옥과 천당을 오르내렸다.

지옥이란 대구의 확진자가 2월에 천명을 넘어서고, 3월 초순에 5천명을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중국의 우한(武漢)과 함께 코로나19의 집단 발병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을 말한다. 대구 사람들은 외국에서는 입국 금지조치의 대상이 되었고,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는 기피 대상이 되고 말았다.

천당이란 발 빠른 초기 대응으로 당일 확진자 수가 두 자리 수로, 4월 5일 이후 드디어 한 자리수로 떨어지자 ‘방역 성공지역’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가 지금 ‘방역 모범국’이란 소리를 듣는 것도 바로 대구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여기에서 초기의 대응과정, 세계 최초로 시도한 대응방식, 민관협력체제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겨를이 없다. 더구나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데 비해, 대구에서는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잘 극복하였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첫째로, 대구는 2009년부터 지역의 대학병원 등 의료자원을 토대로 의료산업을 지역의 특화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기 위해 ‘메디시티’의 꿈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11년 동안 대구시정부와 의료계가 운영해온 민관 협력기구인 ‘메디시티 대구협의회’가 이번 재난극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협의회 구성원인 대구시 의사회 등 직능단체와 10개 병원 등은 매달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들이 상호 신뢰와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주었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3일 만의 전화조사와 격리조치, 드라이버 스루의 최초 운영, 화상전화 모니터링, 의료 인력의 전국적 동원, 민간병원의 격리병원으로의 신속한 전환(서문시장 앞 대구동산병원), 경증 환자와 무증상 환자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생활치료센터 등은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훌륭한 성과라 하겠다.

둘째로, 대구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확진자가 6,800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180명에 이르렀지만, 대구에선 사재기현상도 없었고, 대구시를 탈출하는 사람도 없었다. 중국의 우한도시는 1,100만의 도시가 76일 만에 봉쇄가 해제되자, 당일에 60만 명이 그 도시를 탈출하는 장면을 목도한 바 있다. 대구에는 철도와 고속도로가 열려 있었고, 모든 교통수단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었지만 대구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적극적인 자가 격리(Self-Quarantine)를 통해, 단지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성찰과 집콕의 도시’로 변하였을 뿐이다.

셋째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민관의 협력으로 훌륭하게 대처한 경험이 밑거름이 되면서 큰 학습효과를 발휘했다. 210쪽에 달하는 『메르스 백서』를 통해 단계별 대응전략과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생 초기부터 차분한 대응과, 기관별 분업과 효율적 협력체제가 가능했다. 
결국 대구가 코로나 방역의 성공 도시가 된 것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봉사,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인내, 대구시 정부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었고, 교육도시답게 학습효과를 최대한 살렸기 때문이라 하겠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세계화의 추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며, 소비자의 성향과 소비 패턴, 생산방식과 공급 체인, 근무형태, 비대면(非對面) 교육 등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새로운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준비와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구시는 ‘방역 우수도시’라고 자만해서는 안 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적인 메디 시티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의료관광도시(醫療觀光都市)로의 웅비를 모색해야 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원격진료(遠隔診療) 시범도시계획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도적이고 지역 실정에 맞는 『대구 코로나19 백서』가 발간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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