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재 선발 제도의 변천

중국 최고 지도자의 권력 교체 제도는 먼저, 선양제(禪讓制)에서 시작되었다. 선양제는 출신 성분을 불문하고 덕(德)을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발하였다. 그 다음, 종법제도에 기초한 부자세습제를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우수 혈통 간택(簡擇)제를 실시하였다. 간택제의 실례로, 청나라 강희제(康熙帝)는 혈통 중, 가장 우수한 자식을 선택하여 넷째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하였는데, 그가 바로 옹정제(雍正帝)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황제가 효율적으로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행정조직이 발달하였다. 근대까지 중국의 관리 선발제도는 찰거제(察擧制)→구품중정제(九品中正制)→과거제(科擧制) 순서로 변천하였다. 찰거제는 지방정부에서 효심이 깊고 청렴한 인재를 잘 살펴서 중앙으로 천거하라는 제도인데,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조서(詔書)를 내려 현명한 인재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한무제(漢武帝)가 즉위한 후, 전국의 군국(郡國)에 명령을 내려 매년 효자와 청렴한 관리를 각각 한 명씩 추천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추천된 인재를 공차(公車)라 불렀다. 공차(公車)가 장안(長安)에 도착한 후, 한무제(漢武帝)가 직접 면접을 봤다. 그러나 찰거제가 동한(東漢) 중기부터는 인재추천 기준이 변질되어 인품과 재능이 아니라 가문의 배경에 의해 추천되었다. 그래서 능력 없는 지방 호족(豪族）자제들이 추천되는 일이 나타났다. 이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 위(魏)나라 조비(曹丕)는 주(州)·군(郡)의 명망가를 중정(中正)이라는 관직에 임명하고, 각각의 지방의 인물을 객관적 기준에 의해 9등급으로 평가하여 추천하도록 하였다. 이것이 구품중정제(九品中正制)이다. 구품중정제는 서진(西晉)에서 동진(東晉)을 거쳐 점차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의 귀족제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구품중정제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공정한 기준이 아니라 가문의 배경과 지위의 고하(高下)가 인재 선발의 기준이 되어 “상품(上品)에 미천한 집안이 없고, 하품(下品)에 세력가 집안이 없다(上品無寒門, 下品無勢力)”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당(隋唐）시대의 중앙관제는 황제 밑에 문하성(門下省)·중서성(中書省)·상서성(尙書省)이 있고, 상서성(尙書省) 하부 기관으로는 이부(吏部)·호부(戶部)·예부(禮部)·병부(兵部)·형부(刑部)·공부(工部)가 있었다. 문하성은 사법부, 중서성은 입법부, 상서성은 행정부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여 형식적이나마 삼권분립이 수당(隋唐）시대에 존재했다. 삼성육부(三省六部)는 삼성(三省)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행정 효율을 높이고, 황제의 권한을 강화하여 중앙집권에 도움을 주었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 4. 21 ~ 1920. 6. 14) 시절, 공적(功績)으로써 인원을 선발하였다. 공적(功績)의 표준은 무엇인가? 시험이다. 시험은 공적에 대한 기술적 표준이다. 송(宋)나라는 조광윤(趙匡胤) 등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했으나 문치주의가 주류였다. 송나라 황제들은 관리들의 충성심을 확고히 확보하기 위해서 과거제를 통해 직접 관리를 선발하였다(殿試). 송나라 과거시험 과목으로는 명경과(明經科)와 진사과(進士科)가 대표적이었다. 진사과(進士科)는 경서(經書)의 암기를 덜 요구하고, 경전(經典)의 구두 해설 대신에 부(賦)나 시(詩)를 짓는 것이었다. 진사과(進士科)가 명경과(明經科)보다 더 높이 평가된 이유는 명경과(明經科)는 기계적인 암기를 강조하는데 반해, 진사과(進士科)는 창의성이 있는 문예 창작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또 진사(進士) 정원은 연평균 30명 미만이어서 진사(進士)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보수파에 대한 개혁을 위해 왕안석(王安石)은 변법(變法)을 시행하면서 진사과(進士科)로 통합시켰다. 과거시험 과목에 대해 왕안석은 암기와 문학적 능력보다는 실제 정책이나 행정에 관한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과거시험 과목에 명법과(明法科)를 증설했다. 1088년 왕안석의 신법을 강력히 지지했던 신종(神宗)이 죽고 철종(哲宗)이 즉위하면서 보수파의 대표적 인물인 사마광(司馬光)이 재상으로 등용되어 왕안석의 변법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마광(司馬光)은 북송(北宋)의 정치가로서 왕안석의 신법(新法)을 반대하는 보수파의 거두였다. 왕안석은 중소 농민과 중소 상인의 구제를 목표로 한 개혁을 실시하려했으나, 사마광이 이를 무산시켜버렸다. 사마광은 지주와 소작인의 차이는 인간의 능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았다.

송나라는 과거의 공평성을 위해서 미봉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으며(糊名法), 시험관이 수험생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에 영향을 받지 못하도록 서기(書記)가 시험지를 다시 필사하여 부본(副本)을 만들고 번호로만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중국인의 사고에서 형식주의가 강하게 뿌리내린 역사적 배경에 과거제가 한 몫을 하였다. 지식인의 사상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서, 명나라는 과거시험 문제를 사서오경(四書五經)에서 출제하고, 과거시험 응시생은 반드시 주자(朱子)의 말씀을 대신하여 견해를 표하며, 개인의 견해를 밝힐 수 없었다. 시험 답안지의 문체도 엄격한 규정이 있었으며, 팔고문(八股文)은 과거시험 답안용으로 채택된 특별한 형식의 문체로서 대구법을 사용하며 여덟 부분으로 되어있다. 명(明)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막고 지식인들의 지적 활동을 제한했다. 팔고문의 제재는 모두 사서(四書: 『論語』·『孟子』·『大學』·『中庸』), 오경(五經: 『詩經』·『書經』·『禮記』·『易經』·『春秋』)에서 따온 것인데, 과거 응시생들은 과거시험 답안지에 개인적인 견해를 쓸 수 없고, 반드시 남송(南宋) 철학자 주희(朱熹，1130~1200)의 주(注)에 입각하여 논설을 해야 했다.

과거시험을 통해 선발된 관리는 공적으로는 천자와 군신(君臣)관계이면서도 사적으로는 사제(師弟)관계였다. 과거제는 황제에게 충성할 인재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서 황제에 충성하는 인재를 선발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황제의 권한과 중앙집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가문 배경이 아니라 시험에 의해 인재를 선발하는 과거제는 명문대가의 자제들보다도 서민 하류층 출신의 뛰어난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여 하류층 출신의 젊은이들이 상류층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인맥과 출신 성분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서 관리를 선발함으로써 관원(官員)의 문화 소질이 높아지게 되었다. 송나라는 독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관료 양성에 힘써 중앙집권제와 군주독재 확립에는 성공하였으나, 지나친 문치주의는 국방력의 약화를 초래하여 결국 북방 이민족의 침략을 용이하게 하였다.

1905년, 황제에게 충성하는 관리를 뽑던 과거제가 폐지되고 근대적인 교육기관인 경사대학당(京師大學堂)이 건립되었고, 인재 수혈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중국은 과거제를 통해서 인재를 정치·행정 제도권으로 흡수하였으나, 과거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은 탐관오리가 되어 중국의 몰락을 가속화하였다.

중국 공산당원 양성 기제

마오쩌동(毛澤東)이 중국을 통일한 가장 큰 동력은 조직 능력과 관리력이었다. 마오쩌동이 정강산(井岡山)으로 피신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은 당의 조직과 지부 창설을 통한 조직 관리력 덕분이었다. 마오쩌동은 산만한 농민군을 장악하고 조직화하였는데, 농민군 3명 가운데 한 명을 핵심 당원으로 임명하여 당이 군대를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반드시 중국 공산당에 복종해야 한다. 중국인민해방군의 정치위원은 중국 공산당의 업무와 정치 공작을 책임지는 지도간부로서 정치적으로는 상급 정치위원·정치기관에 복종하고, 군사적으로는 상급 군사지휘관·정치위원에 복종한다. 정치위원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해방군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며,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권한이 크다.

중국 공산당은 인민이 역사를 창조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는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중국은 혁명가·공산당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상호 견제하면서 국가 지도자를 양성하며 인민이 선거로써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 세대의 지지와 평가가 새로운 국가 지도자 선출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또 국가 지도자 후보 군에 오른 인물들은 경력 관리가 대단히 중요한데, 특히 출신 대학 학력·성장(省長)과 당위서기(黨委書記) 담임 경력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민주국가는 국민의 요구와 불만을 선거제도를 통해서 투표로써 표출·결정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되었다. 반면, 중국은 논쟁과 모순이 발생하면, 국가 지도부의 입을 봐야 하며 국가 지도부가 결정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국 공산당은 개방적인 가입을 지향하나, 전 중국 인민을 공산당원화 하지는 않는다. 평당원 중 자격 미달의 당원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당헌·당규에 근거해 출당시키고 있다. 방대한 규모의 당원 숫자를 조정하는 것은 당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는 이유는 공리적(功利的)인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공산당원은 취업과 출세에 유리하다. 공산당원만이 일정 수준이상의 기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기구 내에서 비공산당원이 출세하기란 매우 어렵다. 중국 공산당 가입 후, 출세의 가도를 달리려면, 최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공산당 입당 시간과 직장 생활 경력이다. 그 다음, 중국은 권력과 능력의 게임에서 항상 권력이 우세를 점하였다. 출세에는 인간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경력과 입당 시간이 일천한 당원이 단지 인간관계만 내세워서는 출세하기 어렵다.

공산당 입당 시기에 따라서 당원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예를 들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성립 전에 입당한 자와 후에 입당한자; 연안장정(延安長征)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가입한 자와 그 후에 가입한 자; 1989년  6·4 천안문 사건 당시, 공산당 반대편에 섰던 자들에 대한 평가와 대우가 모두 다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생들은 자동으로 소선대원(少先隊員)이 된다. 대다수의 중국 대학생들은 자신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서 공산당에 가입하길 원하고 있다. 대학생은 자동적으로 공산당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 입당 원서를 제출하면 1년간 행동을 관찰하고 경쟁을 거쳐 입당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대학생 중 우수 인재를 선별적으로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대학생이 공산당에 가입하려면, 성적 평균 평점이 3.5 이상이 되어야 한다. 공산당 가입은 T/O가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자가 많을 경우, 대학 동기들의 투표로써 가입을 결정한다. 대학의 어느 학과 어느 반에서 공산당에 가입하려는 학생이 T/O보다 많으면 일차적으로 성적을 보고, 그 다음 인간관계를 본다. 이 인간관계는 바로 투표에서 표출된다. 중국 인민과 공산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중국 공산당의 지속가능한 집권의 관건적인 문제이다.

참고 문헌
박병구·우진훈 저: 『중국의 현대화-역사와 과제』, 2014, pp14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