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管仲)의 현실주의 사상

[대덕단상] 202010월호(통권 354호)
박병구
심천대학 당대중국정치연구소 객좌교수

관중(管仲)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선구자로서 법가사상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전 7세기,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중원의 패자가 되기 위해 관중을 재상(宰相)으로 중용하고 국정 쇄신과 개혁을 일임하였다.

관중이 부여받은 첫 번째 임무는 제나라의 국력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관중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부(富)와 강(强)은 상호 관련되지만 다른 개념이다. 부(富)는 농업을 위주로 하고 강(强)은 군대에 의지하며 양자는 상호 보완적이나 호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국가가 부유하기만 하고 군사력이 약하면 안보를 보장할 수 없고, 역으로 군사력만 강하고 나라가 부유하지 못하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중은 잠재적 대국의 군사력 강화는 반드시 경제발전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행정·군사 조직을 개편하며 농업과 상공업 개혁을 시행하였다. 또 관중은 “물질의 대소(大小)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 지혜로운 군주는 현명한 신하를 등용하고, 그 신하의 현명함을 활용하여 치국을 한다. 만약 군주와 신하가 덕(德)이 없으면 국가는 곧 쇠락할 것이다. 국가의 존망은 국가의 대소(大小)가 아니라, 지도가가 결정하는 대내외 정책이 자국의 국가 상황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패권과 왕권의 유지 여부도 국가 지도자의 지도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다. 관중은 왕도와 패권을 구분하기 위해 “국력이 강성한 나라를 일러 패업을 이루었다 말하고, 타국을 아우르며 바르게 한 나라를 왕업을 이루었다고 말한다(夫豊國之謂覇, 兼正之國之謂王)”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패권국은 국력을 기초로 하며 왕도국은 국력과 도의를 기초로 한다는 의미이다. 관중은 “왕도국은 절대 다수 국가의 지지를 얻어야 하나, 패권국은 절반 정도 국가의 지지만 얻으면 그만이다(得天下之衆者王, 得其半者覇)”고 주장하였는데, 패권의 본질은 강권(强權)이고 왕도의 본질은 친화력·감화력이다. 그러나 관중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왕도와 패권을 결코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패(覇)는 왕(王)의 기초이고, 왕(王)은 패(覇)의 발전이다. 패업은 국가의 단계적인 목표이고 왕도가 최종 목표이다.

왕도를 행하는 국가는 필요한 실력을 구비했기 때문에 덕(德)의 요소가 더 중요하다. 만약 도덕 수준이 비슷한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면 양국 중 어느 국가도 왕도라 칭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대외 관계에서 관중은 “국내 정책이 균형과 도(道)를 잃으면 지지하는 사람이 적게 되어, 최후에는 실패를 맞이하게 된다. 각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원조를 제공하여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며 불량국가를 응징해야 한다. 패권국가와 왕도국가의 행위는 도덕의 예(禮)에 부합해야 하며, 규범을 준수해 기타 국가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각 국가가 규범을 준수할 때 비로소 질서가 유지된다.”고 주장하였다. 관중은 “백성을 빈곤에 빠뜨리고 경제를 파탄 나게 하는데 전쟁만한 것이 없고, 나라와 군주를 위기 및 고심 속으로 밀어 넣는데 전쟁만큼 빠른 것이 없다(貧民傷財莫大於兵, 危國憂主莫速於兵)”고 역설하였는데, 이것은 전쟁 감행 여부는 이익과 피해를 고려해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전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왕도를 보좌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중은 원정(遠征)을 확대하는 것을 반대하고, 소국이 대국을 좌절시키기 위해서 참전하는 것도 반대하였다. 반면 정의로운 전쟁을 옹호하였다. 예를 들어,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상(商)나라 주왕(紂王)과 같은 어리석은 군주를 타도하는 것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

제나라를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관중은 제나라 환공에게 ‘존왕양이’를 제안하였고, 제환공은 제후들을 이끌고 주나라 왕실을 존중하지 않는 초(楚)나라를 토벌하여, 춘추 제후들의 심중에 정치적 명망을 얻었다. 기원전 651년, 제환공은 규구회맹(葵丘會盟)을 열었고, 주나라 천자 역시 사신을 보내 제나라 환공을 제후의 장(長)으로 인정하였다. 이로써 제나라 환공은 중원의 제1대 패주가 되었다.




사업자등록번호: 502-82-12124 | 법인등록번호: 174121-0000568 | Tel: 053-959-2861~2 | Fax: 053-959-2860
법인계좌번호: 대구은행 018-04-304943-001(예금주-산학연구원) | E-mail: uri@uri.or.kr | A
Copyright(c) 2004 University-Industry Research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