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이론 중국학파 형성과 연구 사례

[대덕단상] 202009월호(통권 353호)
박병구
심천대학 당대중국정치연구소 객좌교수

국제관계이론 중국학파의 형성

정치학은 과거 경험에 대한 인식이므로 역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학 연구자는 역사적 사실에서 많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비교정치는 국가별 차이의 변수를 분석한다. 국가별 차이의 기초에서 일반적인 통칙을 찾아내는 것이 비교정치 연구의 목적이다. 이론은 미래를 예측하는 논리적 도구이고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론 도구는 유용성과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와 민주사회주의·시장사회주의 등은 이론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사조(思潮)이다. 사조(思潮)는 각종의 조류를 합하여 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사회주의는 동유럽이 시장경제 개혁을 진행한 사조이다. 단순한 개념과 변수로써 복잡한 현상과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방법론이다. 서방의 정치학 연구방법론은 중국 연구의 참조 도구에 불과하며, 중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서양 문화에 적합한 문제 해결 방법과 중국 문화에 적합한 문제 해결 방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후, 베이징대학(北京大學)·칭화대학(淸華大學)·푸단대학(復旦大學)·렌민대학(人民大學)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 중국사회과학원은 대학원 과정에 국제관계학과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당시 중국학자들은 대부분 미국 국제관계이론과 연구방법론을 차용하여 국제관계를 분석하였으며, 중국 고유의 국제관계이론은 없었다. 당시 중국학자들이 발표한 문장은 방법론적 한계가 있고 평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1980년 후반기부터 중국학자들은 중국 국제관계이론 혹은 국제관계이론 중국학파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제기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사상과 이론으로써 중국이론 혹은 중국학파를 세울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없었다. 그러던 중, 2005년부터 칭화대학(淸華大學) 국제문제연구소 옌쉐통(閻學通) 교수가 주축이 되어 선진(先秦) 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에서 국가 간 정치의 사상적 근원을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옌쉐통(閻學通)은 미국 포드재단(Ford Foundation)기금회와 칭화대학(淸華大學) 985인문사회과학연구기금 지원으로 『왕패천하사상급계적(王覇天下思想及啓迪)』을 출간하여 중국 국제관계이론과 국제관계이론 중국학파 형성의 서막을 열었다.

 

순자(荀子)의 현실주의 사상

마르크스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중국 사회를 지탱해온 대표적인 사상 유파는 유가와 법가였다. 서방 국제관계이론의 1차 논쟁이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라면, 중국 정치사상의 양대 축은 왕도와 패도 논쟁이다. 국제관계 현실주의 이론은 부도덕하고 냉혈한 인간을 찬미하고, 자연계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과 폭력으로 충만해있다고 주장한다. 옌쉐통(閻學通)은 국가를 성질에 따라 왕권(王權)·패권(覇權)·강권(强權) 세 종류로 나누고, 국제질서의 안정도는 세계 대국의 성질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세계 대국이 왕권국가이면 국제질서가 안정될 것이고, 세계 대국이 강권국가이면 국제질서가 혼란해진다. 세계대국이 패권국가라면 동맹국 간의 관계는 안정 상태에 놓이게 되지만, 패권국가 간 혹은 비동맹국가 간 관계는 혼란에 처해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표1 대국성질(大國性質)과 국제질서(國際秩序)

순자는 군주가 가장 근본적인 독립변수이며 국가는 매개변수에 불과하다고 인식하였다. 순자는 군주의 도덕과 신앙이 다르고, 국가가 운영하는 도구의 원칙과 책략도 다르기 때문에 국가의 성질은 달라진다고 강조하였다. 신하 역시 군주와 국가 성질 사이에 있는 매개변수이다. 왜냐하면, 군주 혼자 국가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군주는 능력이 있는 신하를 선택해서 국정을 함께 처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의 성질은 군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한다. 매개변수는 군주의 성질에 따라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순자는 독립변수인 군주로부터 최종적인 종속변수까지, 엄격한 분석방법을 통해서 추리 논리를 수립하였다. 순자는 군주의 관념으로써 국가 정책을 제정하는 신하의 성질을 해석하고, 신하의 성질로써 국가성질을 해석하며, 국가 성질로써 국제질서의 안정 여부를 해석하였다(표2 정책결정자와 국제질서 참조)

표2 정책결정자와 국제질서

물질이 국제정치 현상의 결정적인 요소인가에 대하여 순자는 비록 물질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관념을 모든 행위의 원동력으로 보았다. 순자가 인식한 관념은 군주와 신하의 개인 관념이다. 즉 어떠한 관념을 소유한 군주가 어떤 신하를 선택하여 치국을 하는가에 따라 국가 지위와 성질은 변한다(표3 다른 단계 변수의 관계 참조)


표3 다른 단계 변수의 관계


국력 문제에서 순자는 정치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의 기초라고 인식하였다. 순자는 만약 정치력 기초가 없으면 경제력과 군사력은 의의가 없으며, 심지어 성장 가능성도 없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일국의 정치체제가 안정되어야 경제가 신속히 발전할 수 있다. 정치력은 외교에서 경제력보다 역할이 더 크며, 가장 유효한 방법은 도의(道義)로써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순자는 국가 간 불균형발전의 나쁜 결과를 경고하였다. 순자는 특정 국가의 과도한 강대국화가 반드시 국제지위의 제고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일국의 국제지위는 타국의 국제지위와 비교한 상대적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국의 실패는 자국 강대국화의 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관념결정론’을 주장한 순자는 국가 간 국력의 불균형 발생 원인을 지도자의 관념 불일치로 귀결시켰다. 왜냐하면 국력의 변화는 국가의 정책에 기인하고, 정책은 신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신하를 선택하는가는 지도자의 관념이 결정한다(표4 실력불균형발전원리 참조)

표4 실력불균형발전원리

순자는 국가권력을 왕권(王權)·패권(覇權)·강권(强權) 세 가지로 분류하고, 왕권(王權)의 기초는 왕권국가 군주의 도의(道義)이고, 왕권을 보유하는 것은 도의(道義)의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패권은 왕권보다 도덕 수준이 낮은 권력이며, 군주의 도의(道義) 수준이 왕권에 도달하지 못할 때, 강력한 실력과 전략적 신뢰를 기초로 주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비록 패권의 도의(道義) 수준은 왕권보다 높지 않지만, 적어도 전략적 신뢰에는 도달해야 한다. 신뢰 문제에 대해서, 순자는 성악(性惡)은 폭력 충돌의 근원이라고 인식하였다. 순자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 물질로써만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사회규범 즉 예(禮)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억제·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순자는 사회계급으로써 인성(人性)의 물질에 대한 욕망 추구를 억제하지 못하면,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표5 인성악(人性惡)과 사회계급이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 참조)

표5 인성악(人性惡)과 사회계급이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

즉 인간의 권력 지위가 서로 대등하고 욕망 정도가 같은 상황 하에서, 물질은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쟁탈을 야기하며, 쟁탈의 결과는 혼란이다. 그래서 국제체계 내에서 등급의 국제규범을 수립하고, 등급이 다른 국가는 다른 수준의 규범을 집행하면, 각국의 행위는 서열이 정해져 충돌의 발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순자의 생각이었다.


참고문헌
閻學通, 徐進: 『王覇天下思想及啓迪』, 北京: 世界知識出版社, pp13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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