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가치 논쟁과 정치개혁의 당위성

[대덕단상] 202007월호(통권 351호)
박병구
심천대학 당대중국정치연구소 객좌교수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가치 논쟁

중국 헌법에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최고 권력기관으로 규정한 것은 규범의 영역이고, 실질적으로 중국 공산당 일당이 권력을 장악한 것은 경험의 영역이다.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 일당 지배의 도구적 가치를 규범적 가치로 변용시키고 있다. 사회과학 연구는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에 대한 구별이 가장 기본적인 논리이다. 가치 논쟁과 실증 연구는 상반적이다. 가치 논쟁은 자본주의는 좋은가? 사회주의가 좋은가? 등 가치 판단에 대한 물음이다. 사회주의 이념은 항상 옳았는가? 2차 세계대전 후, 중화권에서 중국 대륙과 대만·홍콩의 경제발전과 생산력을 비교해보면, 자본주의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소련 해체는 민중의 반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소련 공산당 상층부의 해체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소비에트 정권이 인민의 기본적인 물질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인민과의 심리적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게 되었고, 소련 공산당 지도부 스스로가 공산주의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위기는 개혁을 촉진시킨다. 중국의 정치개혁도 중국 공산당의 집권 위기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았다면, 문혁이후 침체된 경제로 민심이 이반하여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혁 노선의 실패가 중국 정치 개혁을 추동하였다. 그러나 1978년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역사적 전환을 가져왔을 수도 있으나 충분한 조건은 아니었다. 화궈펑(華國鋒)·자오쯔양(趙紫陽)의 몰락, 후야오방(胡耀邦)의 사망은 시대적 변혁을 가져온 중대한 사건이다. 자오쯔양의 몰락은 천안문 사건과 관련이 있고, 후야오방의 개혁은 좌파 경향, 장쩌민(江澤民)의 삼개대표론과 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발전관은 우파 경향이었다. 제도의 탄생과 변화·발전은 어느 날 갑자기 혁명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발전 추세 속에서 이루어진다. 중국은 천명(天命)의 지배에서 군주의 인치(人治)를 거쳐, 인민대표의 공화국을 표방하며 덕치(德治)와 법치(法治)의 결합인 민주법치(民主法治)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은 ‘마르크스·레닌주의’·‘마오쩌둥사상’·‘덩샤오핑이론’·‘삼개대표중요사상’·‘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발전관’·‘시진핑(習近平)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을 행동지침으로 삼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의 당이었으며 노동자와 농민은 동맹관계였다. 장쩌민(江澤民)의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은 중국 공산당이 노동자와 전체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하고 가장 선진적인 생산력을 대표한다고 강조하며, 자본가를 적극 영입하여 중국 공산당의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중국 정치개혁의 당위성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 주체인 노동자의 해방을 통한 생산력 증가이고, 약탈과 억압을 없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공공재화를 분배하는 구조는 먼저, 시장에서 분배한다. 시장에서의 재화 분배는 효율을 중요시한다. 그 다음, 정치적으로 분배한다. 정치적 분배는 공정성·정의를 중요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에 호소한다. 마오쩌둥은 마르크스주의 중국화를 주장하였고, 1970년에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 대두되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안정된 정치 환경을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가속화시켰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거시적 밑그림을 설계하고 중국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였다. 개혁개방 후, 중국 공산당은 군중정치운동의 지도 방식을 지양하고 실사구시 사상 노선을 취하였다.

현재 중국 공산당의 권위는 정부보다 우위에 있다.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극에 달하면, 필연적으로 체제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아울러 경제성장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회구조의 변화는 다시 정치개혁의 요구로 이어진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중국 정치개혁의 배경은 중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 외부세력 간섭의 증가, 홍콩·대만 화인(華人)세계의 정치개혁이 대륙으로 하여금 정치개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였다. 정치가는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행정업무에 대한 단순한 집행가가 아니다. 장쩌민(江澤民)은 “개혁은 동력이고 발전은 목표이며 안정은 전제”라고 강조하였다. 중국이 미국을 초월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될 조건은 정치체제 개혁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지도부에는 덩샤오핑 이후, 정치 안정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왜냐하면 안정을 강조하면 개혁이 어렵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면 문혁과 같은 정치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상은 사회발전과 상호 연관된 것이다. 사회구조의 전환은 다양성을 가져오고, 사회의 다양화는 계층 간 사회 모순을 야기한다. 계층을 구분하는 상관 변수는 수입·직업·교육 배경 등이 있다. 이들 요소와 계층의 요구는 차이가 있다. 즉 저소득 계층의 정부에 대한 요구와 고소득 계층의 정부에 대한 요구는 차이가 있다. 같은 직업·수입·교육 배경을 가진 자들 간의 이견과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의 영향 때문이다. 자유주의자는 국가는 나를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관과 주의(主義)에 더하여 민족성·종교·신앙·언어의 차이가 계층을 가르는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대국(大局)의 판세 속에 각종 이익집단 간 상호 견제가 존재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정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개인과 정부의 정보 획득은 한계가 있다. 복잡·다양한 사회 모순의 해결은 정치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한다. 공산당의 부패와 빈부 격차에 대한 민중의 불만과 불신에 대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공공정책 조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배분할 수 있는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시장화로 경제가 발전했으며 모든 부문에서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화의 반작용으로 민생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의 기업은 대부분이 국유기업이고, 주식은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체제 선전의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비례하여 인민들이 향유하는 정치적 자유도 증가하고 있으나, 경제발전에 비해 정치체제 개혁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중국 공산당은 위로부터 자발적인 정치개혁보다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학습을 통해서 전진하는 수동적인 개혁을 실행하였다.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투입-전환-산출 모형은 공공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해석인데, 모든 국가의 공공정책 결정과정을 해석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독재국가에는 투입-전환-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 언론은 감시·감독 기능이 미약하며 정부에 아부하기 바쁘다. 중국이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의 개혁이 가장 필요하다. 즉 정치개혁을 이룬 새로운 체제 하에서 비로소 부패 척결이 가능하다. 정치문제의 사법화는 정치문제를 정치권력과 권위로써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체제에는 조직과 절차가 중요한 요소이므로, 정치체제 개혁은 결국 조직과 절차에 대한 개혁이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없으면 정치체제는 발전할 수 없다. 중국 정치모델은 유가와 마르크스주의를 융합한 권위주의 체제이다. 중국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단일 발전모델은 위험하므로, 다양한 발전모델을 추구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사회 곳곳에 잠재해 있으나, 정당 간 경쟁이 없고 자유선거가 보장되지 않는 체제 하에서는 부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사업자등록번호: 502-82-12124 | 법인등록번호: 174121-0000568 | Tel: 053-959-2861~2 | Fax: 053-959-2860
법인계좌번호: 대구은행 018-04-304943-001(예금주-산학연구원) | E-mail: uri@uri.or.kr | A
Copyright(c) 2004 University-Industry Research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