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파이데이아 원장 신득렬

[만나봅시다] 201309월호(통권 269호)
일시 : 장진수
대담 : Life Tour Guide

요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1막보다 인생2막 시대가 더 길어지고 있다. 청춘은 이미 지나온 길이며, 노년은 다가올 미래의 길이다. 신 교수는  계명대학교 교육학과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교육철학을 연구하였다. 그는 또한 시민의 교양교육을 위해 20여년간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대구시 근교 전망 좋은 팔공산 자락에 파이데이아 북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양의 위대한 저서 54권은 교육철학자 R. M. Hutchins와 M. J. Adler가 동료 학자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1952년 출판되었다.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은 한국어 번역판을 중심으로 책이 이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토론하고 있다.

요일별로 15명 내외로 반이 편성되어 80명 정도가 파이데이아 북 카페를 찾고 있다. 일주일에 일정부분(약50쪽 정도)를 읽고 와서 토론하고, 위대한 관념들에 비춰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곳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부터는 사람들을 만날 때 늘 새롭고 진취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이끌어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제 한 말을 오늘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 들어서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은가?  고희(古稀)의 나이에 다양한 연령층과 고전을 읽고 토론하고 인생을 뜻 깊게 사시는 교수의 모습이 너무나 단아해 보인다.

한국에서 소외된 학문인 서양의 위대한 저서를 교수가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성을 가꾸는 데는 무엇보다 훌륭한 철학자와 위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지식을 쌓고, 자신을 새롭게 가꾸는 일이라 생각하셨단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배움의 자리를 만드는데 한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인지도가 없어서인지 한 두 사람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지점을 만들려고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부산파이데이아연구소는 5년 전에 시작하였다. 여러 지역의 도서관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인문학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지 않을까?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상아탑에 인문학의 불이 활활 타올라야 할 것이다.

나는 우연히 친구들과 팔공산 등산을 왔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다. 서양 고전에 매력을 느끼고 6년차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 마키아벨리의 ‘훌륭한 군주가 되려면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라’,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 등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자신을 다듬어 가고,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고, 자연에 순응하고 살면 무엇이 문제인가?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몸은 비록 허약하지만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노년의 활동은 하나도 없단 말인가? 큰일은 근육으로 하는 게 아니라 뛰어난 분별력과 판단으로 한다. 평소 학구열이 강하다면 노년에 판단력과 분별력을 남다르게 키울 수 있다. 키케로 자신은 한때 병사로서, 장군으로서, 사령관으로서 많은 전쟁을 수행하고 노년에는 원로원에 조언자 역할을 했다.

둘째: “노년은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한다.”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하여 나이 많은 법률가, 스승, 철학자는 어떠한가? 체력 없이 할 수 있는 공공 봉사에서는 면제되지 않은가?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모든 감각적 쾌락을 앗아간다.” 이 주장에 대하여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에 가장 위험한 약점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면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그래서 플라톤은 쾌락을 ‘죄악의 미끼’라고 적절히 표현하지 않았는가!

넷째: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주장에 대하여 “죽음이 영혼을 완전히 없애 버린다면 죽음은 무시되어 마땅하고, 죽음이 영혼을 영생할 어떤 곳으로 인도한다면 죽음은 바람직한 것이다.” 라고 한다.

노년에 관한 최선의 무기는 학문을 닦고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다. 미덕이란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해 그것을 잘 가꾸면 오랜 세월을 살고 난 뒤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청년이 소년 시절을, 장년이 청년 시절을,
아쉬워해서는 안 되며,
인생의 주로(走路)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 가게 되어있지.
-키케로-

책이란? 소크라테스는 “남이 고생한 것을 쉽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고, 데카르트는 “과거의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신득렬 교수가 운영하는 파이데이아에서 훌륭한 철학자들도 만나보고, 세계를 재패한 영웅호걸들도 만나보며 노년의 삶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어 가리라.

이응수 - 신득렬 - 장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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