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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법으로 본 ‘음력 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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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55회 작성일 21-02-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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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사이언스타임스 객원기자


음력설을 애타게 고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관광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22일 ‘워싱턴 포스트’는 춘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대이동이 이어지면서 세계 주요 관광지마다 중국인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음력설이 중국인만의 행사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음력설을 축하하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 최초의 문명국가들이 모두 음력을 사용했다.

동양권 최대의 명절인 음력 연말연시를 맞아 싱가포르에 대형 조형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음력이 처음 사용된 곳은 메소포타미아이고 이집트, 중국을 거쳐 지금의 태양태음력이 완성됐다는 것이 고고학자들의 설명이다.

 

최초의 태음력은 수메르에서 탄생

기원전 3000년경을 전후해 인류 최초의 문자를 탄생시킨 수메르가 대표적인 경우다.
수메르인 들의 천문에 대한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대다수 국가들이 문자가 없던 상황에서 이미 수성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또 하늘의 별과 달, 계절의 변화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특히 약 29일에 걸쳐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달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구달을 기준으로 태음력을 창안해냈다.

수메르 인들이 만든 달력에서는 1년을 364일로 환산하고 있었다. 지구의 공전주기인 365.26일에 비추어 1.26일이 부족했지만 최초의 달력임을 감안할 때 큰 흠은 아니었다.

수메르에서는 다른 어떤 천체보다 달을 더 존중하고 있었다. 모든 신들 가운데 달의 여신인 난나(Nanna)가 정점에 있었다. 이처럼 달을 중시하는 문화는 수메르가 아카드에 망한 후에도 지속됐다.
아카드는 물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공존하고 있었던 히타이트, 이스라엘을 비롯, 이집트와 같은 강대국에까지 태음력을 전수하고 있었다.

태음력에는 태양력에서 볼 수 없는 장점들이 있었다. 야간 조명이 없던 시절 달의 밝기를 조명으로 이용해 축제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바닷물의 간조와 만조 시각 때 물의 높이를 예측해 물고기 떼의 이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천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달의 모습을 보고 지금이 어떤 시각인지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태음력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들쭉날쭉한 한 달, 한 해가 이어지면서 계절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농사를 짓는 많은 백성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중국에서 태양태음력 완성해 보급

이런 상황에서 메소포타미아와 연결된 문화권에 있는 고대 이집트에서 태음태양력(lunisolar)이 등장한다.
음력과 양력을 혼합한 달력을 말한다. B.C. 800년 경에 등장한 이 달력은 한 달을 30일, 1년을 12달로 구분하고 있었다. 30일×12달=360일이 되니까 5~6일이 남게 되고, 이들 날짜들은 12월 마지막 부분에 끼워 넣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이집트인들이 이처럼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태양을 최고의 신으로 섬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인의 태음태양력에는 매우 과학적인 근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집트인들에게는 소티스(Sothis)라는 별이 있었다. 그리스어로 세이리오스(Seirios), 영어로는 시리우스(Sirius), 한자로 천랑성(天狼星), 우리말로는 ‘큰개자리’라고 불리는 별이다.
이 별은 5월 10일부터 7월 18일까지 70일간 보이지 않다가 7월 19일을 전후해 나타나는데 별이 나타나는 시기에 나일강 범람이 시작됐다. 이집트인들은 이 별이 나타나는 날로부터 새해를 시작했고 태양태음력을 만들어냈다.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태음력에 양력을 보완해 큰 성공을 거둔 곳이 B.C. 600년경 춘추전국시대 때 중국이다. 당시 중국은 이미 농경사회로 접어든 단계로 국가가 공시한 태음력은 계절변화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었다. 집권층은 이런 상황에서 태음태양력을 만들었는데 그 방식이 기발했다.
태양운행궤도가 15도씩 움직일 때마다 하나씩 점을 찍어 24개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 점에 입춘·우수·경칩·춘분 등과 같은 24절기의 이름을 붙였다.

처음에는 1년을 24등분 해서 24절기를 표기했다. 그러나 A.D. 6세기 경 장자신(張子信)이라는 천문학자가 천문 관측을 통해 태양 운행속도 역시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겨울에는 평균값보다 더 빠르고, 여름에는 더 늦다는 것. 이렇게 밝혀진 사실은 A.D. 8세기경 대연력(大衍曆)이란 달력에 반영됐다. 그리고 태음력에 24절기를 기반으로 한 태양력을 절묘하게 결합한 역법을 완성해 후손들에게 지금까지 전수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태양태양력은 태양력을 기반으로 해 태음력으로 절기를 보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태양태음력의 역법을 사용한 달력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서구에서는 음력을 모두 무시하고 양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살다가 태양태음력의 역법을 사용한 달력 문화를 보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계절변화를 정확히 제시하는 태양태음력이야 말로 과학에 근거한 가장 완벽한 달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사이언스타임스, 2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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