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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제399호- 결혼·비혼·이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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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7회 작성일 24-07-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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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 영남일보  7월 31일자

흔히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그래도 해 보고 후회하자는 사람이 많았다면 요즘엔 후회할 일을 왜 하느냐는 사람이 늘고 있고, 또한 결혼 후 이혼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독신일 때보다 결혼으로 얻게 되는 편익이 결혼을 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클 때 결혼을 하게 된다. 즉, 결혼은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일 때 이루어진다.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규모의 경제'와 '보험효과'로 나눠볼 수가 있다. 규모 경제의 예는 결혼을 하면 두 사람 주거비를 반으로 줄일 수 있고,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두 번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먹을 요리를 한 번 하는 것이 경제적인 경우이다. 보험효과는 노후에 경제적·정신적으로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배우자와 자녀의 존재는 독신이 누릴 수 없는 편익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가 없다. 당연히 비용이 뒤따른다. 독신일 때 누리던 몸과 마음의 자유는 결혼과 함께 상당히 축소된다.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면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싶을 때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최근 결혼과 출산율이 급감하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는 결혼의 편익과 비용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결혼이 주는 많은 편익을 시장에서 구할 수가 있다. 남성들의 경우 결혼의 주요 편익이 여성의 가사 노동 서비스였지만, 요즘 돈만 내면 1인 가계를 위한 다양한 식품과 세탁, 주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다. 여성도 안정된 직장에서 고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굳이 남성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과거에는 아이들이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이었지만 이제는 막대한 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편익은 줄어들고 비용은 증가했기 때문에 결혼이 줄어드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여성들은 이혼 후 겪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 생활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꺼려 했지만 소득이 높아진 요즘 여성들은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덜 걱정해도 된다. 또한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약해졌다. 따라서 이혼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옛날에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결혼율이 높았지만 이제는 결혼은 밑지는 장사이기 때문에 비혼과 이혼율이 늘고 있다.

결국 결혼보다 '나 홀로 살려고'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시켜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의 편익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깎아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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